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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M)스트리트/돈

◆ 노프-국수역

어제 돈산을 다녀왔다.
오늘 돈산을 가지 못했다.


                                                                                   대둔산

그제 밤엔 하릴없이 02;00시가 넘어 자곤 새벽 05;20분에 일어나 종일 돈산을 헤매느라 힘에 겨웠다. 늘 힘에 겨운 것을 즐기는 편이니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돈山을 내려오고 나서 땅 문제 해결을 위한 회합(會合)이 남 여사 집에 있었다. 22:00시에 딸 데리러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에 와선 어찌하다 보니 금세 02:00가 돼 버린 것이다. 샤워를 하며, 더운물에 손을 담그니 손톱 부분이 찌르듯이 아프다.
등산을 하는 강도가 어쨌는가를 알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 백두대간을 타고, 세계 최고봉을
섭렵하는 고행을 스스로 껴안
는 인간도 있다는 것을 의식하매, 내 행위는 초라하기만 하고, 게다가 돈까지
받으며 하는 정신훈련이고, 극기(克己)를 빙자한 동기가 자
신에게 부끄럽기까지 하다. 

3시간쯤 자곤 평소의 육체적인 움직임의 20배 정도 되는 활동을 하고 나선 혹 내일까지 연장되는 일에 지장이 있을까 하여 일찍(11:30분)
잠자리에 들었다. 01:10분쯤 비상경보 발령에 눈을 떠 보니 귓전을 어지럽
히던 경보음 소린 때아닌 모기가 내는 소리였다.
이미 귀 윗부분을 한번 찐하게 물고 난 뒤였다. 천정을 둘
보니 거기서 허허~ 웃고 있던 놈을 날이 선 파리채로 단칼에 처치했다.

강원 산간지방에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린 늦가을에 때아닌 모기가 융성(隆盛)하는 것도 이상기온 탓인가? 이상은 무엇이고, 정상은 무엇인고? 현 상황이 그렇다면 그것이 정상 아닌가?
02;10분. 죽은 놈의 마누란지 애인인지 어미인지 모를 년이(모기는 암컷만 피를 빤단다.) 엥~, 사이렌 울리 는 소리에 또 깼다. 하루살이, 잠자리, 바퀴처럼 원시적인 곤충류에서 한 단계 진화한 완전변태(完全變態) 생물로서 나비, 벌 파리 따위가 동격에 속한다. 그렇긴 해도 이년이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을 보면 변태인 건 확실하다. 2미크론(㎕)의 몸무게로 자기 몸무게의 몇만 배 되는 나를 감당하겠다고 집적거리는 것을 보면, 하긴, 남편이든 새끼든 잃고 나선 나라도 그냥 두진 않았을 거다. 이번엔 종적(蹤跡)도 찾을 수 없다. 어느 곳에 도사리고 앉아 '히히~' 웃음을 날리고 있겠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인품을 가진 선수상을 받은 무하마드 알리가 말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말을 '나비처럼 날아서 모기처럼 문다.' 바꾸던가 아니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화두처럼 '모기처럼 날아 물고, 쥐새끼처럼 내뺀다.'라고 바꿔야 할 지경이다. 내처 잘 수도 없고, 그냥 깨어 있을 수도 없고 하여 가부좌를 틀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냥, 잠을 청할 것인가? 잠자기 전에 읽던 책을(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 W. D. Gann/조윤정 옮김/이레 미디어) 마저 볼 것인가?

고민을 하다, 독서대를 당겨 서, 너 쪽 읽
다 문득 천정을 바라보니
이년(암컷이
다.)이 앞서 보내버린 놈이 위치한 바로
옆자리에서 실
실 쪼개고 있다. 역시 날이
선 파리채로 단칼에 날려 버렸다.

02:49분이었다.



낮에 점심 먹기 전에 작업에 차질이 있어 허공에 뜬 시간을 낚아채
어 잠시 읽던 화폐전쟁」이란 책을 이어 봤다. 내가 돈산을 오르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스케일이었고, 자본주의와 외환의 변동으로 말미암은 IMF 등의 상황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링컨과 케네디 등의 암살 원인이기도 한 국제금융의 배후세력이 결국은 국가를 채무자로 한 중앙은행의 운영방식을 둘러싼 마찰이었고 현실에서도 그런 금융의 역사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메커니즘(mechanism)을 이해한 것은 유용했다.

다시 잠을 청했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특별한 경우다. 겨우 잠이 든 것이 03:30분쯤이었는데 야릇한 꿈을 꿨다. 내가 경영하던 업체를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거였다. 게다가, 내 옆에 있는 몇 개의 다른 이의 점포까지 조폭과 비리경찰이 경영권을 빼앗아 운영하는 자들이 한통속이었고 그들과 힘겨운 싸
움을 하던 중에 잠에서 깼다. 아뿔싸! 06시 50분이다. 세수도 못하고 하남으
로 내달렸다. 달리는 중에 전화하니 어제 오르던 돈산의 사장은 전화가 불통이고 매개체인 곳에 전화 하니, 06시 30분에 다른 이를 데리고 갔단다. 아쉽다. 가슴을 만져보니 한동안 소홀해서 밋밋해진 가슴이 13살 소녀 가슴처럼 봉곳해진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더부룩했던 아랫배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싼, 단 하루의 결과로 배가 거의 없어진 것을 느낀 터라 더욱 아쉽다. 어제 적당히 달구어진 육체를 오늘 맘껏 풀무질하면 좋았을 텐데.., 이 무슨 조화인가? 책이나 보다 잠이나 자야겠다. 어쨌거나, 돈산을 올라 거머쥔 80,000원(소개비 포함)의 10,000권 배춧잎 몇 장을 손끝으로 느껴보니 무디면서 가마 번지르르한 만원 지폐의 느낌이 예전에 어느 여인의 질(膣) 속에 비늘을 손가락으로 느끼던 쾌감과 비슷했다. 오늘은, '달콤한 고단함'을 느낄 수 없어 좀 아쉽다.
시원한 배설을 하고 난 후의 쾌감처럼, 달콤한 고단함을 맘껏 느낀 육체는 월요일 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느끼게 하는데 그게 반감될까 두
렵긴 하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내가 비정상적인 것(?)을 느끼긴 하나 보다.- 금요일 4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날리고 소개비 빼고 72,000원의 일당에 만족하며 힘겨운 돈산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정상이면 어떻고, 비정상이면 어떤가?

내 생각과 행동이 심하게 부끄럽지 않고 세상을 사는 평균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도리어 그런 생
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을 주저 없이 행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내게 있는데, 정상이면 어떠하고 비정상이면 어떤가?
나는 내 느낌과 내 향기와 나만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떳떳하게 살다 가면 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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