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기지우(知己之友)

* 4.0


밤새 눈이 왔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눈을 못 쓸었다.
어제 초저녁에 잠들어 20시쯤 일어났더니 잠자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영화 보다가 05시 30분에 자고 08시 20분에 일어났다. 알람 맞추어 놓은 시간보다 1시간을 더 잤다. 06:00~15시까지는 눈 따위 쓸을 엄두도 못 낸다. 엊저녁에 자고 일어나서 눈 쓸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오다 눈 쓸고 있는 나를 보며 그런다. 

     "아빠, 뭐 해요?' 
     "보면 모르니 눈 쓸잖아.' 
     "그냥 들어와요. 눈 또 올 텐데."

옆집은 물론 골목 끝까지 눈 쓰는 것에 하는 말이다.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모르겠다.

이브에 스킨과 로션 세트를 선물로 사 왔다. 아빤, 아무것도 안 줬는데. 
     "고맙다. 잘 쓰마." 그랬다.
술을 좋아하는데,
자기가 술을 즐기지 않으니 생각도 안 하는 눈치다.
게다가 로션은 두 병이나 있다. 




 보기에 좋은 눈이 현실에선 미끄럽고 어려운 운전환경을 만든다. 전쟁영화를 자주 봐서 그런가? 저녁에 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사오면서 전쟁상황에서의 이런 날씨에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충이 새삼 생각났다. 1.4 후퇴로 총칭하는 흥남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생각났다. 전후 세대이니 직접 겪은 일은 아니다. 

 새해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연평도 도발처럼 영토에 포격을 당하고 병사와 국민의 희생이 있는 사태가 재발하면 전면전을 불사할 각오로 처절하게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70년대만 해도 비슷한 경제력과 비슷한 독재체재였기에 우열을 다투기가 어려웠지만, 80년대 후반 이후의 경제력 차이는 국민의 의식도 바꿔 놓았다. 자신감이 앞서는 것이다. 경제력은 개인이고 국가고 긍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새해에 돈들 벌기 바란다.

 

 방학하여 집에 있는 딸에게 "눈 좀 쓸지. 눈 쓰는 것을 못 보았다.' 그랬더니 당당하게 기대하지 마세요, 이제까지 그것도 모르세요.' 그런다. 하! 어이가 없다. 나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눈 쓸라고 하시면 두말하지 않고, 나가 쓸어야 했는데.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 눈이 오면 집 앞은 물론 100m~200m는 더 쓸었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 아직도 눈이 오면, 조건반사적으로 집 앞 멀리까지 눈을 쓸게 된다. 그런 나도 아파트에 살 때는 눈 쓸어 본 기억이 없다. 주위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들의 문화(?)에도 그런 것이 작용하리라. 싶다. 거리에서 아들과 딸 또래의 아이들이 멋지게 포옹하고 가볍게 애정을 표시하며 가는 모습을 보면, 내가 그런 것처럼 풋풋한 감정이 들고 예뻐 보인다. 사랑할 수 있는 나이에 아름다운 사랑을 못 하는 청춘처럼 슬픈 건 없을 것 같다. 물론 도가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는 꼴불견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며 그런 감정과 생각이 생기지 않지만 말이다. 

 딸이 방학 동안 헬스 다닌다고 해서 돈 줬는데,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이 바뀌었단다. 나야, 달라는 것 줬으니 '집행을 하고, 말고'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니 가볍게 놀리고 만다. 집에 와서 며칠 지난 뒤에 성적확인을 하면서 날 부른다. 
 1학기에 평균 3.98로 4등 했는데, 평균 4.16 받았단다. 4.0이 목표였는데 좀 더 받았단다. 그런데 불만이란다. 한 과목만 B고 나머진 A와 A+ 임에도 등수는 오히려 떨어졌단다.
지난 학기에 40등 아래였던
동기가 자기와 어울리면서 19등 했다고 은근슬쩍 자랑한다.

흥남 철수 (1.4 후퇴)
6.25 전쟁 
당시 국군과 국제연합(UN)군 주력부대가 흥남항을 통해 수행한 대규모 해상 철수.
1950년 11월말 중국군의 전면공세로 포위된 미군 3개 사단과 국군 수도사단이 흥남에 집결해 미 제10군단의 지휘 아래 철수를 진행했다. 세계전쟁사상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이 해상철수는 12월 15일 미해병 제1사단, 17일 국군 수도사단, 21일 미 제7사단, 24일 미 제3사단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국군과 UN군 10만 5,000명의 병력과 1만 7,000대의 차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비와 물자, 그리고 9만 1,000여 명의 북한 피난민이 철수했다.




그림: 매조지 DB-DV312 계절



'지기지우(知己之友)'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탄노파(選炭老婆) 타령  (0) 2011.01.22
▶ 우화의 강  (0) 2011.01.01
* 컵  (0) 2010.10.31
* 딸의 패션쇼  (0) 2010.07.11
* 욕(辱)  (0)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