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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우(知己之友)

* 문자놀이 2008/04/29

"현민아 , 좋은 아침 !, 공부하느라고 수고 많다. 어제 짜증 내 미안해 !"
"실례지만 우리 아빠 휴대폰 번호 맞나요? ㅋㅋㅋㅋㅋ"
"번호가 바뀌었습니다. 우리 딸에게 보냈는데 다른 집 딸이 받았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잘못 간 메세지지만 안 돌려줘도 됩니다."
"어느 집 초딩 아버지 신지 맞춤법이 틀리셨군요. 지금 제가 아저씨 딸이랑 같이 있는데 걔도 미안하대요."
"장 시작됐거든요. 공부하세요. 국어가 '가'라서 그래요."

▶ message(전언)는 외래어로 '메시지'라 써야 하는데 '메세지' 라 쓴 것을 말하나 보다.
    '죄송' 이 급하게 쓰다 보니 '지송'으로 간 것을 나중에 확인했다.



아침에 딸과 주고받은 문자의 내용이다.
어제 시립 도서실이 휴관이라 집에 있기에 은행에 들러 증권계좌를 하나 만들어 오라고 시켰는데
아이디, 비번, 인터넷뱅킹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끈하지 않아 뭐라고 했다.
J 은행 창구 직원이 좀 밀밀했나 보다. (밀밀하다 => 빽빽하다) 아이디를 만드는데 뒤에 숫자 하나가 떨어
져 나갔는데, 그냥 쓰라고 해서
그랬다고. 가볍게 툴툴거리기에 지청구를 줬다.

지청구는 이유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것을 말한다. 꾸중이나 꾸지람을 쓰지 않은 것은 딸이 나무람을 들을 일이 아니었단 뜻이다. 사실, 딸이 어제 잔소릴 들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랬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라는 행태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어젠 좀 짜증스러웠다.
아침에 10시 전후해서 29만 원을 벌어놓곤 지루하게 흐르는 장에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하다가 긴장감을 늦
추지 않아야 하는 장 막판에 딴 짓을 했다. 14:20분쯤 참가자들의 심리가 급변해 투매 하는 바람에 58만원
- 로 끝난 거다. 
높은 값에 팔아 싼 값에 사 논 것이 평가 손실이 발생해 있는 거였다.
게다가, 전기전자가 주도주 반열이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아닌 '꾸어다 논 보릿자루처럼' 한 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이기에 당일 정릴 해야 하는 경우였다.
이틀 남은 거래일에 관리 잘못한 것에 스스로 부아가 났었다. 아침에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도서실
에 공부하러 간 딸에게 위와 같은 문자를 보냈더니..
'아빠, 휴대폰이 맞나요?"하고, 너스레를 떨기에 이어진 내용이다. 혼자 너끈하게 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놈이 대견하다.
"만약에, 응응응 하면, 내년에 또 재수할 거니 ?"
며칠 전에 물었더니 단호하게 재수는 한 번만 할 거란다. 
아침엔 10시 전에 80만 원 정도를 벌어 놨다. 어제 평가 손실 분을 만회하고 막판까지 관망만 했다.
딸과 문자 놀이를 한 보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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