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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우(知己之友)

* 붕어빵

16시가 넘어서 급히 나갔다가 포천으로 돌아서 집에 들어온 것이 21:30분 경이었다. 광능내 길을 지나갈 땐 여름과 같이 창문을 활~짝 열고 시속 30~40km로 달리라는 제한속도를 충실하게 지켜냈다. 법을 잘 지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광능이란 글에서 밝혔듯 삼림욕 하는 기분과 그 길을 지날 때의 싱그러운 냄새가 좋아서 좀 쌀쌀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건 아마, 눈 내리는 한겨울 영하의 날씨라도 역시 취하는 행동은 같을 것이다.

집에 들어오니 딸이 빌려 온 만화책이 오늘 갖다 주어야 할 기한이라고 갖다 주란다. 오는 길에 붕어빵도 사 오면 좋겠단다. 평소에 딸의 충실한 꼬붕이고, (내 표현으로) 주워 온 아빠이니 그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었다.




 

 만화책을 갖다 주고 붕어빵을 파는 곳에 갔는데, 손님이 넘쳐서 기다려야 한단다. 그나마도 반죽이 거의 다 되어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붕어빵 가게(?) 앞의 횟집에 술 마시러 간 손님이 3,000원을 선금으로 주고 갔고, 내 앞에 기다리는 두 가족이 있었다.
넌지시 붕어빵을 굽는 아줌마에게 그랬다.
'선금 줬다는 사람들에게 2,000원어치만 주고 내게 1,000원어치만 팔라. '라고,
붕어빵 아줌마가 돌려주는 말이 '선금을 받았는데 그럴 수는 없다.'였다.
그 모습이 매우 예뻤다. 조그마한 이익에도 먼저 취하고 마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온 터인데, 장사같지않은 장사라도 나름으로 상도(商道)를 지키는 모습이..
그래서 기다렸다. 이윽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일행 3명이 나왔다. 그래도 붕어빵은 아직 그 사람들이 가져갈 것도 구워지지않았다. 그들과 객쩍은 소릴 한참 지껄였다.
매주 좽이질(투망)을 다닌다는 꾀죄죄한 모습의 나이 엇비슷한 사내와 동네 동생들이라는 두엇과 멀지 않은 동네에 산다고 일요일에 같이 좽이질하러 다니잖는데, 내가 그렇게 한가롭지가 못하다. 한가로워도 아마, 그보다 더 값진(내 기준에) 일에 시간을 쓰겠지만. 어쨌든 30분 이상을 기다려 붕어빵 2,000원 어칠 사 올 수 있었다. 

붕어빵을 받아 든 딸 曰
 
"그럼, 과자나 아무거나 사오든지 그냥 오시지요"
  "아빠, 바보 아냐?"
하하하하~~ 혼자 웃고 말았다.
아마, 마눌이 있어 마눌이 먹고 싶어하는 붕어빵을 한데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렸다가 사다 주었다면 낼 아침 반찬이 달라졌거나, 당장 오늘 밤 찐한 서비스가 있었을 터인데. 

딸 아이에게 그랬다.
"아빠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네가 몇십 분씩 기다려서 사다 줄까?"
"아마, 다른 것을 사 왔겠지요."라고 솔직한 멘트를 한다.
이놈아! "진*(남자친구)가 뭐 먹고 싶다고 했다면 아마, 밤을 새워서라도 사다 주었을 놈이." 고 놀리고 말았다. 그 말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200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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