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꼽티/은밀한 방

* 주민 일동

홍 사장 가게에서 정 사장을 만났다.
오랜만이다. 점심 주문한 것이 막 도착한 때였다.
때가 조금 지난 후라 정 사장은 식사하고 왔단다.

아래층에 내려가 일을 보던 정 사장이 다시 올라왔다.
밥 먹는 내 옆에 바짝 다가앉더니 정색을 하며 말을 잇는다.

"먼저 말씀드린 신음 크게 내는 여자 말인데요."

여러 번 들은 터라 어떤 여자를 이름인지 익히 알고 있다.
홍 사장과 밥 먹으면서 정 사장이 하는 이야기도 같이 씹어 먹게 됐다.
먹을 복이 많긴 하다. 식욕도 좋고.
먹는 것은 위든, 아래든 체하지도 않고 잘 먹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계동에 사는 정 사장이 한 일 년 전부터 가끔 들려주는 "앓는 소리 크게 내는 여자" 이야기는 이렇다.

자기 집 바로 옆에 30대 후반의 부부가 옥탑방 비슷한 곳에 사는 데 늦은 밤과 새벽에는 물론이고 12시 전에도
동네가 떠나가도록 '앓는 소릴' 흘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란다.
부부간에 사랑하는 것이야 일 년 365일에 700번을 한들, 농도가 어떻게 짙든, 소릴 지르든 누가 탓할 일은 아닐 터이다.
다만, 그것이 외부로 유출되어 이웃의 일상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올 때는 문제가 다르겠다.

정 사장 여식이 27세라는데 견디다 못해 딸이 컴으로 아래와 같은 문구를 작성하고
정 사장이 그 집 문틈에 서찰을 끼어놓고 왔단다.

"저기요,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응, 응, 응~ 할 때 앓는 소릴 너무 크게 내어서
생활에 지장이 많으니 조금 주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민 일동-"

그런 후론 거의 앓는 소리가 잦아 들었을 뿐 아니라, 다른 이웃인 치킨집에 단골이었는데 거의 들르지 않는단다. 큰 고객을 잃었다고 치킨집 주인이 구시렁거린다는 소리까지 전한다.
내가 한마디 했다.
"남의 사랑 행위에 귀를 쫑긋 세우고 이제나, 저제나 들릴까~ 하며 즐긴 건 아니고?"

정 사장이 그랬다.
"관음증이야 누구나 조금씩은 있죠. 그리고 며칠 전에는 어머니가 한걱정하시며,
못마땅해하시고 딸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많고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요."
라고.

문구 뒤에 <주민 일동>이라 쓴 것에 배꼽 잡았다고 싱글벙글 말을 전한다.
이웃이 모이면 <앓는 소리>가 화제일 정도로 빈도가 잦았단다. 
앓는 소리를 유난히 크게 내는 여자가 있다. 그런 여자와 하는 방사는 더욱 재밌기도 하다.
즐길 줄 알기에. 오줌 싸듯 물이 많은 여자처럼 그런 여자가 좋다.
그 부부는 아마도 속궁합은 잘 맞는가 보다.
좀 더 능력을 키우든 따로 방비하며 즐기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을 터인데.
모르지, 자신들의 행위를 남에게 알리며 더욱 즐거워하는 그런 작태를 보인 것인지도.

어쨌든,
돈 없어 방음이 시원찮은 곳에서 사는 죄이기에 은밀하고 둘만이 철저히 공유할 사랑을 만인에게 공개한 꼴이 된 당사자의 곤욕스러움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도 없겠다.
정 사장 딸도 결혼할 때가 가까운 나인데, 자기가 나중에 그런 처지에 빠지지 않을 거란 장담은 못할 거다.
여자나이 30대 후반이면, 한창 물오를 나이고 性을 한참 즐길 때이기도 하니, 아늑하고 프라이버시가 철저하게 보장되는 공간을 가지려면 땀 흘려 일해야 할 것이다.



             


'배꼽티 > 은밀한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체  (0) 2010.05.17
* '배꼽 티-은밀한 방'  (0) 2009.01.26
* 새호루기  (0) 2008.11.30
* 야근  (0) 2008.09.13
* '보지의 독백'에 붙임.  (0) 200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