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애(友愛)

연휴에 영화를 봤다.
Conviction, 막스 마누스, 소년은 울지 않는다. 피라리의 특별한 로맨스, 달팽이 식당
막스 마누스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맞서 싸운 노르웨이의 독립투쟁을 한 막스 마누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고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양성애자의 짧은 생애를 그렸으며, 피라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피라리라는 중년 여성의 녹록지 않은 삶을 묘사한 작품이다. 달팽이 식당은 요리사를 꿈꾸는 린코라는 여주인공이 사랑의 배신과 파산을 겪으며 재기하는 과정을 알콩달콩하게 꾸민 일본 영화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영화다. 화면이 어렸을 적에 동화 이야기를 듣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conviction은 유죄의 판결, 확신, 신념 등의 뜻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The appeals court overturned the conviction. (항소 법원은 그 유죄 판결을 뒤엎었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와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화양리 큰 누님댁에 들렀다가 집에 와선 피곤 끼가 느껴져 일찍 잤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찍 자면 꼭 새벽 2~3시에 깬다. 눈을 뜬 것이 02시 05분 경이었다. 그때부터 아침까지 연이어 영화를 봤는데, conviction을 보면선 코가 찡했다. 눈물도 몇 줄기 흘렸다. 그리고 <우애>를 생각했다.
실화를 각색한 것인데, 오빠가 지역 경찰의 옭아매는 수사로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년 동안 옥살이를 하는 중에 여동생이 옥바라지하며 오빠의 누명을 벗기려는 목적으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대에 진학하여 변호사 공부를 한다. 16년 만에 합격하여 오빠의 사건을 재조사하여 DNA 검사를 통해 무죄를 입증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낸시 테일러라는 경찰이 사람들을 협박하여 거짓 증언을 하게 하여 범인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다. 험난한 과정에서 베티 엔은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도 소홀하게 되어 갖은 고초를 다 겪는다.

오누이가 베티 엔과 케니의 호수에서 나란히 앉아 남매의 정을 나누는 장면.
오빠 케니: '20년이 더 걸렸어도 난 기다릴 수 있었을 거야.' 

동생 베티 엔: '난 아마 미쳤을 거야.'
이어지는 케니의 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날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날 정말로,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유년 시절 집에 호수를 갖겠다는 남매의 꿈을 상징하여 베티 엔과 케니의 호수라 칭하는 것 같음.) 

2009년 7월, 케니가 풀려난 지 8년 후.
베티 엔은 에어 경찰서와 낸시 테일러를 상대로 큰 액수의 합의금을 받습니다.
메사추세츠 출소기한 법에 의해 낸시 테일러는 형사소추를 면제받습니다.
베티 엔은 에이드리안의 술집에서 부경영자로 일하며,  이노센스 프로젝트에서 잘못된 유죄판결을 막기 위해 법적 개혁과 사건에 관여해 일하고 있습니다.

1989년부터 DNA 판결 후 감시에서 254번의 면죄 판결이 있었습니다.
카타리나 브라우를 즉인 살인범은 못 잡았습니다.

인간 승리이면서 베티 엔의 오빠 케니에 대한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설날에 어머니께 아버지의 일제 강점기의 징용에 관해 여쭈었다. 아버진 내가 군에 입대하고 두 달이 채 안 됐을 때, 5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리셨기에 여쭐 기회가 없었다. 어머니의 가슴에 시아주버니에 대한 서운함으로 가득 남은 징용이기도 했다.
어머니 21세 어린 나이에 큰 집에 같이 생활하던, 1942년쯤 징용이 나왔는데, 아버지께서 형님 대신 자청하여 살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길을 가셨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징용 가셔서 부쳐오는 10원 정도의 돈을 구경도 못해 보셨다는 것이다. 해방되어 아버지 돌아오시니 벼 7가마 준 게 다였다고. 돌아가신 아버님보고 그런 바보가 어디 있느냐고. 자청할 것이냐고. 하시는 말씀 뒤에 내가 그랬다. '저라도 그랬을 텐데요.'
 무수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서운함이 절절한 말씀에 스무 살 시절의 어머님의 슬픔과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