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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 일요일 휴일이다. 노는 날이다. 내게는 별로 의미 없는 날이기도 하다. 토요일도 놀고, 일요일도 노는 것이 대세지만, 나는 금요일도 놀고 어떤 때, 목요일도 수요일도 놀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한때는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화재로 모든 것을 다 잃고 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만 계속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밤에는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이것 저것 뒤적일 게 많기도 하여 심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고통 받는 일상사에서 멀어질 수 있기에 그랬다. 그런 생각을 자연히 잊은 지도 이미 오래됐다. 일요일은 유난히 빨리 간다. 더 놀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일요일은 노는 날인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일하는 날보다 더 바삐 살아야 하는 날이다. 충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 더보기
* 노프-list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룹명에 '노프'가 눈에 띄었다. 겨우 네댓 명이 자리하고 있다. 등 이름만 봐서는 생경하여 도대체 기억이 안 난다. 메모를 보니 그날의 정황부터 기분까지 확연하게 되살아난다. 비망록은 아무리 오랜 세월의 강도 메운다. 신기하다. 비망록은(備忘錄) 외교 문서의 하나지만, 개인에게 있어선 어느 때든 뇌(腦)와 독대할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갖는 외교사절이기도 하다. 뇌가 감쪽같이 감춘 기억도 비망록의 예리한 지적엔 뇌도 어쩔 수 없이 토해낼 수밖에 없다. 노프란, '노가다 프리랜서'라고 내가 지은 이름의 줄임말이다. 노가다란 잘 알다시피 막노동의 일본말이다. 한때는 "잇빠이(いっぱい), 기스(きず) 등 일상화한 일본어를 쓰는 것을 신경질적으로 꺼린 사람인데, 그것도 우리의 .. 더보기
* 노프-터널 터널 속을 걸으며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생각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삶이 생각의 연속이고 그로 말미암은 행동이 수반되는 것이라면 깊은 생각이란 것이 그리 쓸모없는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니겠다. 지금은, 생각이나 행동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열악한 지경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태도가 돋보이고, 빛을 발한 날이 있을 것이란 자위를 한다. 자위? 손가락 다섯 개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럴 땐, 좋다. 이윽고 터널 끝이 보였다. 벗어난 시각은 19시 10분. 밖은 온통 암흑천지였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오래 신은 등산화는 터널 중간에서 밑창이 떨어져 나가 밖에 나오니 물구덩이를 밟은 탓에 바로 양말을 적시고 있었다. 작년 4월쯤, 그녀와 욕실에서 격렬한 정사를.. 더보기
◆ 천둥지기 천둥지기의 다른 말은 천수답(天水畓) 이다. 천둥과 친하다고, 천둥이 동반하는 비(雨)와 친하다고 붙인 이름일 거로 생각하니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기'를 知己之友의 뜻으로 썼으리라. 요즈음 우리 證市가 꼭 천둥지기 같다. 아무리 globalism 하는 세상이라지만 미국의 노란 빗물에 흠뻑 젖는 꼴이 처량하다. 미국이야 원래 yellow 색이 본바탕이니 그들이 yellow dog 짓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당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샛노란 비에 세계가 온통 누렇게 뜨고 있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가리지않고, 사태의 중심에 있는 그들도 비의 색깔이 이렇게 샛노랄 줄은 몰랐을 수도 있다. 02:52분 현재 뜬 뉴스다. 다우는 136p(1.12%) 빠지고 있다.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미.. 더보기
◆ 분도기 분도기는 각도기(角度器) 라고도 하며 보통 반원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한 달을 정리하면서 분도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주식 차트에서 각도는 상당한 의밀 갖는다. 생활에서도 '각(角)'은 중요하다. 내가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니까. 5월의 각을 미리 재보고, 5월의 각을 수시로 재 보아 이것 저것을 가늠해야 하겠다. 末 일이다. '有始自必有終'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인데, 끝이란 말은 왠지 정이 덜 간다. 도 통한 소리꾼 장사익이야 '무덤'이란 노랠 통해 '마지막이 있다는 것이 더없이 편안해 보인다'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런 경지는 모르겠다. 그냥, 고갤 끄덕거리며 '옳다고나' 하는 것은 이만 나이에 뭘 좀 아는 체를 하려는 겉멋으로 그러했을 뿐이다. 4월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