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시로

* 노프-터널 터널 속을 걸으며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생각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삶이 생각의 연속이고 그로 말미암은 행동이 수반되는 것이라면 깊은 생각이란 것이 그리 쓸모없는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니겠다. 지금은, 생각이나 행동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열악한 지경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태도가 돋보이고, 빛을 발한 날이 있을 것이란 자위를 한다. 자위? 손가락 다섯 개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럴 땐, 좋다. 이윽고 터널 끝이 보였다. 벗어난 시각은 19시 10분. 밖은 온통 암흑천지였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오래 신은 등산화는 터널 중간에서 밑창이 떨어져 나가 밖에 나오니 물구덩이를 밟은 탓에 바로 양말을 적시고 있었다. 작년 4월쯤, 그녀와 욕실에서 격렬한 정사를.. 더보기
* 벽제 벽제에서 - 사랑하는 당신을 보내고 멀리 떠났던 사람도 다시 돌아오는 설날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랑하는 당신. 사랑하는 현수와 사랑하는 현민일 외롭고 쓸쓸한 아이로 남겨두고 떠난 나쁜 엄마요 나쁜 마누라요 나쁜 며느리요. 당신의 병이 깊어 가던 십이월 즈음에 끈질기게 AUDIO에 집착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던가! 현실 도피의 방편이었던가!! 이제는, 아무 쓸모 없어진 숯가루, 호두, 잣, 땅콩 영지버섯, 현미와 현미 찹쌀, 콩과 팥, 건강에 관한 책들, 헌혈증 31매. 아침 일곱 점. 현민이 일어나 눈물 글썽이며 "아빠, 이젠 울지 마세요" 할머닌 성당에 가시고 때맞추어 눈 뜬 현수도 눈물이 그렁그렁. 엊저녁 "엄마..," 잠꼬대하던 아들아! 행여 아빠 마음 상할까 낮엔 "엄만 하늘나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