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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 쓸만큼 번다. '대표적인 형이하학적인 물건이면서 형이상학적인 깊은 곳까지 관여하는 마력을 지닌 것.' 이것이 돈에 대한 경험칙에 의한 나의 평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돈은 아니라도 돈을 버는 일에 관한 한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피와 땀을 흘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쓸 만큼 번다.' 이것이 돈에 대한 나의 소신이라고 큰소리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요즈음 깨달고 있다. 아니, 소신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돈에 대한 나의 가치평가가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잘못된 것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30대 후반, 아니 40대 초반까지 저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며 올라오던 주체할 수 없던 자신감도 지금은 없다. 다만, 팍.. 더보기
◆ 10,000원. 강산이 세 번쯤 바뀌기 전의 일이다. 안국동 입구쯤의 종로 거리를 지날 때였다. 오후 2~3시 정도 되었을 것이니 벌건 대낮이었다. 지금보다 길이 훨씬 좁았으니 행인들의 어깨가 서로 닿고 심지어 밀치는 것도 다반사였던 도로사정이었는데 문득 땅바닥에 세종대왕께서 나를 보고 환히 웃고 계시는 거였다. 장사를, 아니 행상을 20년 하는 지금도 닳고 닳아 빠지지 못했으니 그때야 오죽했겠는가? 세종대왕을 얼른 모시면서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그랬다. 이건 순전하게 우리 집의 가정교육이 잘못되었거나 DNA의 구조에 결함이 있어서 일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한답시고 요즈음에는 더러 중 3인 딸 아이가 "무엇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얀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