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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 보수와 이혼 달(月)의 끝마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어라! 벌써 끝이네!' 하는 감탄사라니.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인가? 해는 지고 갈 길은 먼데, 안간힘을 써도 제자리인 것에 대한 자조인가? 시스템화를 어느 정도 갖춰 갈 때 느낀 것이 돈은 남이 벌어 주는 것이지. 혼자서는 한계가 분명해진다는 명제였다. 1+1=2가 아니고, 100이고 1,000이고 100,000이고 10ⁿ 승이다. 1-1= 그야말로 0 이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0 이다. 한 때는, 그 하날 잘 만들어 10의 49승까지라도 만들 요량이었다. 이젠 포기하고 0 에서 다시 시작한다. 컴퓨터가 이진법으로 + , - 만 할 수 있는데 곱하기와 나누기 등의 연산을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도 보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수는 적은 수.. 더보기
◆ 이혼 자격 이혼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거다. 금요일 오후.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한테서 오는 전화는 소리마저 유별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혜*이 가게 주인에 게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니까 그것 좀 써 줘!" "급하니까 지금 당장 써야 해." 전화선을 타고 내 귀에 꽂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톤이 높다. 타고난 쌍년의 소리다. 쌍년을 상대하는 나도 쌍놈이다. 버럭 소릴 지른다. "아무리, 급해도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 아냐? 그리고 법률적인 것은 문구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법인데 내가 이따 들를 테니 그때 설명해" 내가 만만찮게 소릴 지르니 전활 철커덕 끊는다. 암말 없이. 그래서 내가 쌍년이라고 하는 거다. 이건 누구에게나 어쩔 수가 없다. 10년가량 거랠 하면서 성질이나 동태를 훤히.. 더보기
◆ 10,000원. 강산이 세 번쯤 바뀌기 전의 일이다. 안국동 입구쯤의 종로 거리를 지날 때였다. 오후 2~3시 정도 되었을 것이니 벌건 대낮이었다. 지금보다 길이 훨씬 좁았으니 행인들의 어깨가 서로 닿고 심지어 밀치는 것도 다반사였던 도로사정이었는데 문득 땅바닥에 세종대왕께서 나를 보고 환히 웃고 계시는 거였다. 장사를, 아니 행상을 20년 하는 지금도 닳고 닳아 빠지지 못했으니 그때야 오죽했겠는가? 세종대왕을 얼른 모시면서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그랬다. 이건 순전하게 우리 집의 가정교육이 잘못되었거나 DNA의 구조에 결함이 있어서 일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한답시고 요즈음에는 더러 중 3인 딸 아이가 "무엇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얀마.. 더보기
* 우주인의 치정, 원시인의 사랑 얼마전에 도하 일간지에 배포된 기사의 스크랩이다.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복기해 보면 아래와 같다. 오펄레인 중령(41) 연적을 살해하려던 리사 마리 노웍(43), 몰린 시프먼 대위(30) 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2006년 7월에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외계를 다녀온 이른바 `우주인`이다. 남편과 별거 중인 노웍이 오펄레인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는데 정작 오펄레인은 시프먼 대위에게 마음이 있었단다. 노웍은 질투에 눈이 멀어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 국제공항까지 무려 1,500km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려 기저귀까지 차고 차 안에서 소변을 보면서 내달려 시프먼에게 최루가스를 뿌리며 납치를 시도했단다. 노웍의 차에선 공기총과 10cm 길이의 접는 칼, 대형 쓰레기봉투, 오펄레인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