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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흐름(時流)

◆ 김장


40년쯤 전의 이야기다.

그때는 김장이 큰 연례행사였고 각 가정의 가장 중요한 부식이기도 했었다.
연탄 몇 백 장, 김장 한두 접이면 웬만한 가정에서 겨울 준비는 한시름 놓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렇게 중요하고 고민도 많았던 김장에 얽힌 이야길 하려 한다.

 동생과 세 살 치이다. 동생이 3학년쯤 때의 일인 것 같다.
명절 같은 때 가끔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어머니께 확인 해야 정확한 시점을 알 것 같다.
근데 그 1~2년, 시차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용이 중요한 것이니 그냥 진행한다.

 


 8식구의 김장으로 거의 2접(200포기)의 김장을 소금에 절여놓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소를 넣는 작업을 하는 어머니께
용돈을 달라는(사실 그때는 용돈의 개념도 없었다.) 필요하면 떼쓰고
그러면 야단이 돌아오거나 야단을 칠 형편이 되지 않는 상황을
이용해(손님이 왔거나) "10원만 줘~ " 하고 떼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각 가정에서 통용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 중이라 쉬이 막내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시던 어머니가
조금만 기다리라며 작업을 계속하시자 뭘 모르던 동생이 대문 밖에 나가
 절여놓은 배추 위로 연탄재를 집어 뿌린 것이다.
연탄재를 뿌리고 줄행랑을 치는 놈을 부아가 치민 두 분 중의 한 분이
뛰어나가 잡으려니 한 분이 소매를 잡아끌며 그러셨단다. 

 " 여보, 집에 들어오면 야단쳐야지 어딜 쫒아 가나?"라고.

집에서 애들이 뭘 잘못하고 밖으로 도망을 치면 동네방네 같이 뛰면서
온갖 욕을 다하던 아랫집 윤동이네를 비롯한 다른 가정에 비하면 선한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께 전화해서 두 분 중 어느 분이 말리셨는지 물어봐야겠다. 하기야 그게 뭐 대수인가?
말린다고 그 말림을 받아들인 분도 같은 格이 아닌가?
우리 부모님은 이런 분이셨다.



200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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