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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흐름(時流)

◆ 부국론(富國論) 02

8월부터 읽은 11권과 지금 보고 있는 3권의 책이 유감스럽게도 사회과학분야로 쏠림현상이 심하다.
아래 내용은 20년도 더된 1985년 이후에 故 이병철이 쓴 부국론(총 6회인데 다 옮겨 놀 생각이다.)인데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케인즈의 미녀투표보다 현재의 한국 경제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것 같아
직접 타이핑하였다. 보통사람의 시선을 가진 내가 20년도 더 된 시차와 재벌회장의 입장에서 기술한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곱씹어볼 내용이 꽤 된다.

제 2회-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1)

기업이 사회에 제공하는 또 하나의 간접분배로서 간과할 수 없은 것는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계속 새로운 사업과 생산확충에 투자하여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일자리를 주면서 임금과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기업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최대의 간접분배다. 바로 이 간접분배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없기 때문에 '기업의 비대화'라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본래 부단히 성장, 발전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 또 기업의 성장, 발전은 사회의 부를 축적시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나라 50대 재벌, 기업 그룹의 총 납세액은 정부 조세수입의 50퍼센트쯤 된다. 극단적인 예지만 그런 세금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국방과 치안, 국가유지는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가. 또한 이들 대기업의 총 고용인구는 100만 명. 관련 기업의 가족까지 합치면 줄잡아 1,000만 명을 부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발전단계가 중진국 수준에 이른 나라에서는 매년 적어도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수만큼 직장을 새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수는 40만에 달한다. 이들에게 직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역활이며 책임이다. 따라서 경제를 성장,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국민의 생존과 국가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러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이해서는 수출을 끊임없이 늘려가야 하며 그 수출을 일관되게 주도해온 것도 억시 기업이다.

 지난 1985년 우리나라 8대 종합상사의 수출실적은 15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 총 수출고의 절반에 해당한다. 수출이 국내 산업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파급시키는 생산유발 효과는 수출액의 두 배가 넘어 국내 경제활동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수출을 부단히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을 개발*축적하고 최신*최고의 수준으로 갱신*유지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면서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그 역활은 과연 누가 맡아야 하는가. 물론 국민의 근면과 수많은 중소기업의 협업이 불가피하지만 기관차의 역활을 맡는 것은 역시 대기업이다. 개중엔 자금과 정부의 지원만 있으면 누그든지 기업을 일으켜 재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큰 오해다. 건국 후 오늘에 이르는 동안 무수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보더라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창업,, 수성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일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뻐를 깎는 노력과 창조력, 천신만고의 고난을 무릎쓰는 강한 정신력과 용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기업경영은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재벌의 기업그룹이라는 것도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그 규모나 힘이 미, 영, 일의 중소기업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1985년 미국의 제네럴모터스 1개 회사의 연간 매출 총액은 963억 달러로 우리나라 100대 기업 매상 합계의 3배도 넘을 뿐 아니라 GNP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도요타와 미쓰비시 두 회사의 매상이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매상과 맞먹는다.

 우리나라 최대 매출 기업이 일본 기업의 매상고 수준으로 50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실상을 직시할 수 있게 한다. 일본에는 연간 1,000억 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무려 400개도 넘는다. 같은 규모의 매상을 가진 기업이 우리나라엔 겨우 3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가계를 놓고 비교해보아도 우리나라의 가구당 저축액은 400만 원 정도인데, 일본의 한 가계는 저축액이 무려 688만 엔에 달한다. 우리의 아홉 배 규모다. 기업이 큰 만큼 국민의 가계도 크다.
 기업의 규모만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항상 세계시장에서 미국, 일본 등의 강력한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나라의 경제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할 따름이다.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필요성은 절실한데, 막상 기업이 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이나 설비를 확충하려고 하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
 대기업의 신장하는 힘을 억제하기보다는 그 힘을 더욱 북돋워주어 국가경제의 발전에 한층 더 기여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정도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을 지배했던 GHQ(일본 점령군. 일명 맥아더 사령부)는 일본을 3등국으로 방치할 계획 하에 철저한 재벌해체 정책을 추진했었다. 1950년 5월까지도 가와사키 중공업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의 공장은 폐허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미*소의 냉전 격화와 한국 동란의 발발을 계기로 미국은 군수물자의 생산, 공급이 다급해졌다. 미국 본토로부터 그것을 공급하기엔 보급로가 너무 멀어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었다. 미국은 일전하여 일본 재벌의 재편성을 촉진, 주요 전비물자를 생산해 한국에 조달할 수 있었다.

 한국 동란 중 일본의 전시물자 특수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했으며, 지금의 화폐가치로는 적어도 500억 달러 규모는 될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비약을 거듭한 일본기업의 성장사는 바로 일본경제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일본국민은 기업의 그와 같은 노력과 영향을 솔직하게 인정,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도 하나의 귀중한 교훈이 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기업가에 대한 평가는 낮고, 사람들 의식 속에는 여전히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인식이 남아 있다. 1985년 여름, 나는 크라이슬러 사의 아이아코카 회장과 만난 일이 있었다. 그는 3년 전 자서전을 발간해 무려 200만 권이 팔린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이 시대 발군의 기업 경영인이다. 그는 '침몰 직전의 배'나 다름없던 크라이슬러 사의 경영을 맡아 5년 동안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소생시켜 전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그의 피나는 노력과 굳은 신념, 그리고 뜨거운 애국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미국 국민은 그의 기업가,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공덕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차기 대통령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기업가를 이렇게 찬양했다.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다.'
 기업가를 이처럼 영웅시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올바른 이해와 정당한 평가만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분배문제에 무관심한 일부 기업이 있고, 무책임한 경영으로 부실을 빚어 사회에 큰 폐해를 끼친 기업인도 있다. 이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한국사에 길이 이름이 남아야 할 호상 장보고는 1,000년 전 스스로 해상 무역로를 개척,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동지나해를 지나 멀리 말라카 해협 말레이시아 서안까지 깊숙이 상권을 장악하여 국가경제에 크게 공헌했다. 그후 1,000여 년 동안에도 국가 사회에 공헌한 경제인은 수없이 있었을 터인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는 이들을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다.



출처: 이병철 경영대전 부록 언론기고문   작자:홍하상    출판사: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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