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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조선일보


(2010년 09월 13일 조선일보 사설)

 가수 MC몽이 병역을 피하려고 생니 4개를 고의로 뽑았다가 입건됐다. MC몽은 1998년 첫 신체검사에서 치아가 정상이어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2007년엔 이 12개를 뽑은 뒤 치아 기능 점수 미달로 면제 판정을 받았었다. 경찰은 그 중 4개가 일부러 뽑은 것이라고 밝혔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비보이 이모 씨 등 11명도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어깨를 무리하게 움직이는 춤 동작을 반복하고 10㎏짜리 스피커를 들었다 놨다 하는 수법으로 어깨를 탈골 시켜 공익요원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자기 몸을 불구로 만들면서까지 병역을 피해 보려는 사건이 줄을 이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미국 미식축구 스타 팻 틸먼은 46억 원 연봉을 받는 삶을 마다하면서 9·11테러 이후 특수부대에 자원입대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2004년 전사했다. 그는 복무 중 언론 인터뷰 요청을 받고 "나는 여느 병사와 다를 게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60년대 미국을 넘어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도 독일 주둔 미군 병영에서 사병으로 복무했다.

연예계 스타든 스포츠 스타든 그들은 대중의 사랑이란 계단을 밟고 올라가 영광의 무대에 서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다른 젊은이들은 국민 된 의무로 알고 묵묵히 수행하는 병역의무를 피해 보려고 갖은 꾀를 다 내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팬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이 나서서라도, 이들이 다시는 국민 앞에 설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SBS는 12일 MC몽이 고정 사회를 맡고 있는 '하하몽쇼'를 방영했다. 이 방송사 홈페이지엔 시청자들의 분노와 항의가 쏟아졌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위의 높고 낮음, 재산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병역과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세우는 주춧돌이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누구의 행동을 보고 듣고 이런 탈선(脫線)을 '해도 되는 일'로 여기게 됐겠는가. 대한민국 정계·재계·학계의 어른이라는 사람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통절(痛切)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8월 말쯤 조선일보 구독 신청을 했다. 판촉 사원이 나왔고, 한국경제가 필요해서였다.
종이신문은 역시 인터넷과 다른 맛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진실을 외면하고, 심지어 왜곡도 다반사로 하는 신문의 대명사가 된 조선, 동아, 중앙 3대 일간지를 경원시했던 터였다. 그래도 문화면은 쓸만한 기사
가 꽤 있음에도 신문 안 본 지 꽤 오래됐다. 2006년인가 꼭 100일 동안 신문 돌릴 때 말고는 종이 신문을 보지 않았다.

오늘 사설을 보면서 조선일보에서도 이런 소리를 지껄일 줄은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10대와 20대 후반에는 어떤 신문을 봐도 1면과 사설을 먼저 보았는데, 행간을 읽는 능력을 키운 뒤로는 사설을 통해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자 인체 하는 자는 많아도, 기자 정신을 가진 놈 하나 없고, 언론으로 밥을 먹으며 힘없는 백성에게는 군림하고 힘 있는 자에게는 똥 닦는 것은 물론이고, 게워 놓은 토사물까지 받아 처먹는 자들이 유독 언론계에 차고 넘치는 세월이다. 그러니 바른말을 해도 곧이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사설 내용은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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