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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추석


      
        추석


추(錘) 같은 돌(石) 이
하나 더 얹히는 추석!
그루터기에 나이테처럼
그윽한 장엄함 마저 느낄 새도 없이

추(秋)가 버거워
더넘스럽다. 
안면은 굳고
뇌는 텅 비어라.

아내의 무덤이나
흔적 없음이 섦다.

나도 죽으면,
무덤은커녕 
비석조차도,
세상에 두지 않고
홍모(鴻毛)처럼 떠나리라.
강물에 소 지나간 듯

영원히 우주의 먼지가 되리라.



어느덧,
또 추석이다. 

명절 기피증을 앓는 주부가 많다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부담스럽다.
성묘를 하고 형제들과 모이는 것도 즐겁지 않다.

죽은 마누라를 위해 추석(追惜)하는 것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성당에 바치는 연미사도 명절마다 어머니가 
하시고 나는 객으로 참석하곤 한다.

지인이 강권하기에 
지난 초사흘에 딸과 함께 봉인사란 절에
가서 처음으로 죽은 아내를 위해 빌고 왔다. 

절이든,
성당이든,
가서 빌지 않아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는 이가 죽은 자이다.


작년에 비공개로 끼적여 놓은 것이 눈에 띄어 옮겼지만,
올해는 그냥 덤덤하다. 나이테에 낀 이끼처럼 짐짓 가벼워지고 싶다. 



 

 그림: 매조지 DB/ DC016 Barks & Annual rings [나뭇결,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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