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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공간 확대


                                                                                                                                                   

공간이 인간을 만든다.
인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아내와 연애할 때, 남산에 올라가 벤치에 앉아 <공간확대>를 말했었다.
신혼여행지인 제주 그랜드 호텔에서도 <공간 확대>를 말했었다.
일부러 좀 큰 방을 얻어 결혼 몇 년 차에는 이만한 방을 안방으로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내가 욕심이 없는 이였는데, 실은 욕심이 어마어마하게 컸나 보다.
욕심 없는 척 한 것은 내숭이었는가 보다.
결혼 8년 차에 더 못 기다리고 아주 넓은 하늘로 혼자 이사를 해 버렸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했는데,
하늘 위에 있고 싶었는가 보다.
남편을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는 것도 내숭이었는가 보다.
속으로 반역을 꿈꾸면서, 내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늘은 변하지 않고, 땅이 변한다고 한다.
하늘에는 세월도 없단다. 세월은 땅의 기록이란다.
하늘에 떡하니 자리 잡았으니 더 변할 일도 없겠다.
하늘에 떡하니 자리 잡았으니 공간확대를 더 원할 일도 없겠다.
부럽다!
변하는 땅 위에서 아직도 <공간확대>를 꿈꾸고 있어야 하는 처지를 돌아보면.

하늘에는 세월이 없다.
세월은 땅의 기록일 뿐이다.
다만, 인간이 사는 땅이 변할 뿐이다.
어제의 논, 밭이 오늘은 아파트 단지로 꽉 찬다.
어제의 공동묘지가 오늘은 성냥갑 같은 주택밀집 군으로 바뀐다.
바뀌지 않는 땅은 없다. 세월이 땅에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역사가 다 보이겠지만,
땅에서는 역사를 볼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지나가고 나서야 역사는 보인다.
현실은 역사 이전이다.
억겁(億劫)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하늘에 가기 전에는
변하는 땅과 같이 변하며 살겠다.
2005년 화마가 모든 것을 앗아가고 좁은 공간에 갇혔었다.
봄이 오면 기지개 크게 켜며 <공간 확대>를 다시 꿈꿀 것이다.

여름쯤에는
<경제적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오랜 습관이다.
매번, 나 싫다고 도망간 마누라를 생각하며 하늘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림: 매조지 DB- DC100 하늘과 구름

 

꿈과 현실 사이에 실낱같은 끈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나는 충분하다.     -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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