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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주체/옷주제/잘 자고, 잘 놀기

* 마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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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커는 한때 닭고기 시장의 상당한 부분을 점했던 천호통상의 대표 브랜드였다.
지금은 하림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지만, 광우병이나 구제역(口蹄疫) 같이
네발 달린 짐승에 치명적인 병이 돌아 닭고기가 똥값인 지금 뜬금없이 마니커나 하림을 거론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방의 방제인 '행상 일기' 에 걸맞은 이야길 하나 하고자 함이다.
혹 명예퇴직했거나 등의 이유로 뭔 회사의 대리점이나 프랜차이즈(가맹점) 체인점 등의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정보일 수 있다. 사실은 순서가 바뀌었다. 마니커 이야길 하기 전에 사골진국이란 상품의 대리점을 개설했던 것과 그로 말미암은 2년간의 송사 등을 먼저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뭐 순서가 좀 바뀌었다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겠다. 그 이야긴 좀 길어서 자세한 이야긴 지금 할 수 없다. 간략한 안내만 하겠다. 역삼동 근처에 FINE이란 수입대행업체가 있고 괴뢰정권처럼 판매회사 거성이 있었는데, 서점에 가면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란 제목의 책을 낸(자기가 썼는지 구술하는 것을 누가 써 주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탤런트 박원숙의 두 번째 남편이 61년생인 전창균/황미숙 부부를 내세워 만든 회사였다. 

 난 그해 설날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리고, 8개월을 쉬고 있었다.
직원들이 일 봐오는 것의 뒷정리만 하며 5세 8세인 아이들 건사를 우선했다. 그러다, 정말 온 힘을 생업에 쏟아 마음의 고통과 우울한 심사를 잊고자 기존의 식품 관계 대리점은 유지하면서 새로 중랑구와 노원구의 대리점 개설을 했었다. 제주도까지 31곳. 불과 2~3개월 후에 고의 부도를 냈다. 나를 포함한 대리점주들은 본사를 점거하고 대책을 숙의했다. 

 신문에 따라 다르지만, 신문의 3분지 1 정도의 크기는 1회 광고에 3,000만 원 정도 했다.
탤런트 박원숙의 사진을 크게 넣고는 하루에도 여러 곳의 신문에 똑같은 크기의 광고를 냈고 서초동에 제법 큰 사무실(약 70평 정도)을 갖추고 하니 믿을 수밖에 나중에 광고대행업자에겐 계약금만 주고 몇십억의 광고료를 대부분 떼어먹고 각 대학에 취업 안내 공문을 보내 늘씬하고 잘 빠진 여성들만 모아서 일부는 성적으로 희롱하고, 떼어먹고 심지어 4.5톤 차량을 가지고 지입제로 배송 담당의 직을 얻어 취업했던 자의 월급까지 주지 않았다.

처음엔 수습하는 시늉을 하며 앞에 말한 FINE이란 회사의 김흥기에게 전창균이 넘기는 형태로 대리점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처럼 하곤 조건을 터무니없이 내거는 거였다. 그 결과 31곳 중 대전/ 포항/ 안양/ 대천/ 등의 16곳이 모여 검찰에 고발하고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였다. 변호사 사무실에 면담만 해도 돈을 요구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1993년의 일이다.
2년여의 재판 중에 16곳의 행동을 같이했던 대리점주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2심인 고법이 끝나고 3심인 대법원에 진입할 시기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는데 그간에 같은 입장의 대리점주들을 각개격파하면서 '네 것은 줄게' 하는 회유에 넘어가 동병상련의 가련한 사람들을 배신하고 위증을 하던 같잖은 것들도 여럿 있었다.

 재판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북부지원 옆에 있던 마니커에서 대리점 모집공고를 냈고 또 무언가 새로운 일을 찾던 나는 거기에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상담자가 내 목소리를 알아보곤 '오 사장님, 아니세요?" 하는 거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업마다 팀워크를 이뤄 대리점을 모집해 주는 전문 꾼들이 있었던 거다. 바로 얼마 전에 부도를 낸 [거성]이란 회사에서 신문광고를 보고 몰려온 사람들을 상대로 대리점 형성을 해 줬던 그들이 마니커에서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비디오 촬영해뒀던 것과 재판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준비서면을 비롯한 증거 서류들이 화재에 다 탔다. 머릿속에 있는 것으론 기억에 한계가 있어 아쉽다.

 새로 뭔 대리점을 하든 (특히 치킨/ 족발 등의 프랜차이즈 형태는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담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나 운영하면서 당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꼼꼼하게 짚을 수 있는 사람들은 자리가 있어도 다 찼다고 서둘러 상담을 끝내고 내보낸다는 이야길 나중에 친해진 모집 당사자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명퇴자 등의 사회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의 밥이다. 세상사라는 것이 겪지 않고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고 이미 그것을 겪을 즘에는 만신창이가 돼 버린 경우가 많은 것이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몇 개월 후에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전창균과 황미숙을 검거했다는 처분내용을
우편으로 받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20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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