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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M)스트리트/돈

◆ 맨발에서 정장까지

중랑경찰서를 깃점으로 박외과 쪽으로 한성양복점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있다. 지금은, 성격이 좀 바뀌었다.

세탁체인점을 병행해서 한다. 90년대 초에 월플 등의 무인세탁소가 대학가 주변부터

 하나 둘 생겨나더니 핵가족화와 급격한 가정붕괴 등으로 나 홀로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세탁소와 옷 수선 등의 영역을 합친 세탁체인점이 번성하고 있다.

심지어 운동화 세탁도 신발 빨래방이란 이름으로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레디메이드가 판을 치는 세상 변화의 물결에 양복점도 하나둘씩 도태되고

생존을 위해 세탁체인점을 병행하는 곳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명동 근처에서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법 큰 양복점을 운영하던

친구가 있었다. 잘 나가던 친구가 사업을 접은 게 2000년대 초입이었다.

시대의 트랜드는 마치 한나라의 정부시책을 거슬러서 이익을 볼 수 없는 현상처럼

시대의 흐름이나 경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양복시장도 브랜드화하여 기성복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예전에는 기성복을 입는 경우가 별로였고 웬지 기성복은 싸구려란 인식이 있었다.

한여름에도 런닝을 꼭 챙겨입고,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나도 양복을 입으면 나름대로 잘 빠진 모양이었다.

narcissism 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암튼 옷이란 게 묘해서

그럴듯한 옷을 입고 있으면 마음도 뿌듯해지고, 행동양식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들이 예비군복을 입고는 망나니짓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물론, 옷보다 근본이 문제인 경우가 더 많지만..헐렁한 옷을 입으면 마음도 헐렁거려

해롱거리며 허튼수작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사를 시작하고 10여 년이 훨씬 지난 90년 중반까지 한성양복점에서 안부전화가(?) 걸려 온 것은

커다란 고객이었던 관계도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생업에 커다란 위기의식이 앞섰던 것 같다.

고객관리를 치밀하게 할 만큼 꼼꼼쟁이는 아니었다. (옷을 짓는 일은 상당히 치밀하고 꼼꼼했지만 관리 측면에

서) 앞서 정장에서 맨발까지 (http://maejoji.tistory.com/entry/◆-정장에서-맨발까지)란 글에서 올여름에 처음으

로 양말을 신지않고 몇 날인가를 돌아다닌 경험을 적었다.

사실, 젊어서야 허름한 입성을 입어도 젊음 그 자체의 빛남으로 인해, 그렇게 추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는 더 깔끔하고 코디(coordination)에도 신경을 써 멋쟁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젊어서는 정주영이 스타일로 살고..늙어서는 이병철의
스타일을 원용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 세월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같은 양복도 150수, 180수 이런 것을 따지며 입어야 할 나이에 되는대로, 눈에 띄는 대로 옷을 주워입고 다닌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증표다.

이제, 젊어서 애당초에 도상 연습을 했던대로 물꼬를 틀려면 2~3년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 그래도 높은 끗발을 내놓으려는 것이 인생이라면 거기에 부응(副應)해

야 하겠다.

다시 정장을, 그것도 멋진 정장을 갖춰 입으러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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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제주영화제에 본선 진출한 영화를 보고 있다. 불법주차 (감독: 정충환 27분)/추위에 날 무대가리가 터진게지

(감독: 오창민 43분)/소풍(감독: 홍남희 77분)/매혈(감독: 지태경 25분)/서울까지(감독: 김방현 22분)

2분(감독: 정태경 11분)/바라만 본다(감독: 양익준 39분) 그리고 일반영화 도마뱀(감독: 강지은 주연:강혜정 117

분) 그런데, 어떤 영화는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재미인지? 조차도 모르는 것도 있다.

나? 바보다. 득보기다. 숙맥(菽麥)이다. 멀건이고 바사기다.

그래서, 영화 이야긴 안 하는 거다.

2006/10/15

글:매조지     그림: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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