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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흐름(時流)

◆ 무연탄(無煙炭)과 연탄(煉炭)

무연탄은 한자어가 말해주듯 연기가 나지 않고 탄소분이 90% 이상이라 잘 탄다.
그에 反 해 우리 어려서 학교에서 주로 썼던 조가비모양으로 만든 조개탄은
유연탄이어서 불을 피우려면 고생 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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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의 정신이 투철해서였는지 아니면 수급에서 다른 문제였는지 몰라도

약 30여 년 전 내가 군생활을 했던 부대에서는 4~5월에 이미 겨울에 쓸 연탄과 무연탄의 소요량을 파악해서 상급부대에 보고 하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보급을 받곤 했었다.

철원 쪽의 김신조가 넘어온 루트라 하여 김신조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 중동부철책을 담당하던 부대였다.

상병 때였다.


철책에서 교대하여 4km쯤 후방인 육단리에 주둔했던 때였다.
백골 부대로 유명한 3사단이 인접해 있었고, 읍을 조금 벗어나서 전차부대가 같이 있었다.
전차 애들한테 쌀을 주고 우린 기름을 바터제로 바꿔쓰곤 했었다.

졸병 때 난로에 의지한 양철 막사는 정말 추웠다. 내장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밤이 없었으면 싶을 정도였다. 야전 잠바는 물론 발에 경계용 털장갑을 끼고자도
자는 내내 손발이 시려 비몽사몽(非夢似夢)하기 일쑤였었다.

상병 때는 벽돌로 지은 막사니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방의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4월에도 눈이 온 적이 있고 4월15일까지 난로를 피웠다.
8~9시나 돼야 해가 보이고 4~5시면 해가 지는 곳도 있다. 벽돌 막사는
페치카만 제대로 피울 수 있으면 오히려 따뜻하기까지 했었다. 거기에 무연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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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부대 군수행정관이 상사였는지 준위였는지도 기억이 희미하다.

최소한 우린 한 달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쳐야 한다.

2.4종 결산이라고 하여 보급품의 수급상황을 장부와 재고를 일치시켜야 했다.

물론 수시로 보급품의 수령, 특히 쌀과 기름으로 인하여.., 자주 상면을 한다.

계원이 오는 경우도 있고, 목재나 시멘트같은 것은 공병담당관인 중위가 오기도 했다. 그렇게 받은 물품을 예하부대에 나누어주는 일이 또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그 해 사단에 할당량이 적었는지 어느 놈이 잘라 처먹었는지 터무니없이 소요량에 부족한 것이다. 통사정을 했다.
"아무개 상사님! (性씨도 기억이 안 나네) 우리 사정 잘 아시잖아요? 그것으로 전방에서 고생하는 애들 어쩌란 겁니까? "
사정 반 강짜 반이었다. 전화를 끊으면 또 걸고 하기를 반복했다.

"멸공! 2대대 오 상병 입니다."

지겹게 전화했다. 돌아오는 것은 욕뿐 이었다.
그 쪽 사정도 있겠지만, 나도 물러설 수가 없었다. 나만 추운거라면 아마, 감수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 뜻과는 상관없이 소총수로 고생하는 이들과 달리 참모부 상황실은 언제나 따뜻했다.
그러니.., 더 미안했을 터이다.
사정을 하다 하다 먹히지 않는 것에 분통이 터져 군대생활 20년 넘게 한 그에게 쌍욕을 해 댄거다. 내가 미쳤었나 보다.

"그래, 알았다. *새끼야!"

상급부대는 십리가 조금 넘는 거리다. 맘먹고 뛰어와도 올 거리다.
그리고 근 두 달 정도를 도망을 다녔다. 위병소 근무자에게 보급품 실은 GMC나
군수과 차량(번호판을 보면 안다.)이면 통과시에 통보하도록 신신당부를 해 놓고
맞은편 작전과 계원에게도 같은 당부를 해 놓았다.
위병소에서 연락을 받으면 아무리 급한 업무를 보다가도 줄행랑을 쳐서 숨어 버렸다.
한 번은 피할 수 없는 결산 때도 후임병을 보냈다.
다시 또 달이 바뀌어 이젠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전화로 사과를 한 터이지만, 그의 처지에서 보면 어리디 어린 쫄다구가.., 기가 찼을 터이다.
사과를 받기는 커녕 "넌 만나면 쪼인트에 죽인다고" 입에 거품을 물곤 했었다.
우리 과장인 보급관도 그 내막을 알기에 내가 급하게 자릴 피하면 그냥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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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삿날이 왔다. 피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까짓것 죽기아니면 살기지'하는
마음으로 상급부대 해당부서에 들렀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문을 노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엄청 크게 소릴 질렀다.
안하던 짓이었다.

"멸공!,상병 매조지.
연대 군수과에 용무있어 왔습니다~~"

그가 없기를 바랬는데..계원은 물론 소령인
과장까지 다 있더라.

그에게 다시 큰 소릴 질렀다.
"아무개 상사님. 죄송했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가 내 옆에 왔다.. 각오를 하고 어금니를 꽉 물고 있는데,
그가 그랬다.
뺨을 톡~톡~치며.. 계원들과 과장을 둘러보며

"이 놈이 그 놈입니다."

그러더니 가볍게 뺨을 두 어번 더 토닥이곤(?) 웃고 만다.
제대할 때까지 업무가 편했다.
감정이란 시간이 지나면..사그러 드는 법.
두 어달의 시간이 나를 돌 봐준 가장 큰 은인이었고..아무개 상사도 큰 사람이었다.




2006/09/24

글: 매조지   그림: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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