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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 싫어서 껴안는다!

날이 추워지면서 집에서 보일러를 틀지 않은 상태에서 웃통을 홀딱 벗고 지낸다.
기온이 급하게 곤두박질치는 것과 동시 패션으로 실행한 것이다. 더운 것과 달리 추운 것은 아주 싫다.
싫으므로 친해지고 싶은 거다. 더운 것은 이제, 도 통할 정도가 됐다.
추운 것은 쉽지가 않다. 징그럽다.
뭐, 군대생활 하면서 적근산, 삼천봉, 말티고개, 승암고개, 대성산을 넘나드는 칼바람과 그 칼날이 내장
까지 후벼 파는 그런 추위도
맛봤지만, 아직도 추운 것은 싫다! 나이에 비례해서 더 싫어진다.

  싫다!
    아주 싫다!
      싫고 또 싫다!

그 싫은 놈을 그냥 두고 있으면 내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이고, 인생을 70으로 본다면, 아무리 못 산대도 앞으로 19년은 더 살 것이고, 그럼 싫어도 19번은 더 만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만날 피해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기보단 그냥 그놈을 껴안고 춤을 추는 것이 나을 성싶다. 그래서 수건 하나 꺼내 들고, 웃통 벗고 지내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 어려선 학교 운동장이나 밖으로 나가서 칼바람을 맨몸으로 사랑해줬는데, 이젠 해야 할 일도 있어 실내에서 한다. 그래도 한기가 느껴지긴 한다. 그리고 컴 하는 틈틈이 다른 일 하는 틈틈이 건포마찰을 한다. 겨울이 한참 깊어가서 북풍한설 찬바람이 제철을 만났다고 좋아 날뛸 때 옷을 적게 입어도 추위란 놈이 낯설지 않으니 덜 춥고, 적응이 돼가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게다가, 28일 아들놈 군대에 가면, 놈이 적응하기까지 사회에서 보내던 겨울과는 다른 혹독한 추위가 함께 할 것이고, 칼바람을 받아들이면서 아들 생각이 찐하게 나겠지.
그래.., 친해 보자.

올겨울엔 유난히 더 추워서
아들도 심술궂은 북풍의 풀무질에 더욱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시대가 바란다고, 세안수나 화장품 등에만 신경을 쓰고 역기는커녕 아령이나 담벨 한 번 들지 않는 불알 찬 20대여! 아빠가 마음이 조금 쓰리겠지만, 북풍이란 놈에게 전화해서 아들, 넌 특히나 예뻐해 주라고 해야겠다. 마른 수건에 찬물이라도 적셔서 문지르면 그게 냉수마찰이겠지만, 냉수마찰은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건포마찰, 이것 아주 유용한 것이다. 

 

2006/11/07


◆ 이 글을 쓴 달에 군에 갔던 아들이 지난달 말쯤 제대했다. 세월 빠르다.
    사무실에서 Discovery란 제목의 글을 쓰다 날아가고서 재접속을 했는데
    티스토리는 자동저장 기능이 있더구먼, 오늘은 그마저 안 뜬다.
    날씨가 꽤 추워져서 기능이 얼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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