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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의미없는 것은 없다.

콩나물에 대한 예의



-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영혼까지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콩나물을 다듬으며 저리 심오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리하여 결국 모자만 벗겨주었다는 표현이 재미있어서 웃었습니다..그러나 작가가 콩나물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을 짐짓 모른체하며 웃었던 것이 미안하여,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근본, 결핍과 슬픔, 욕망이라는 단어가 그제사 눈에 들어옵니다... new 07.04.07 09:34

 레드썬

글을 보면서..웃을 수 있는것도 님이기에 가능하다구 생각됩니다.. 재미없게 나열된 글들을 읽는다는거..대다수의 글들이 색과 음악과..글자체로 변해버린작금의 글들과는 달리 그들이 써놓은데로도 느낄 수 잇다는거 대단히 칭찬 받을 만합니다..아름다운 주말 보내셔요..감기 조심하시궁~! 휴~! 저는 감기가 걸려서리.. new 07.04.07 10:01
 
매조지
어려서 어머니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오는 중에 비릿한 콩나물 대가리를 따 먹으며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선 두고두고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막걸리 심부름을 하며 아버지보다 먼저 축 내던... 주전부리가 없어서 궁하던 시절이라 그랬나? 어떤 결핍 때문에 그랬나? 콩나물 밥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선함이 눈에 선합니다. 이 글 복근(효자 빼고)의 탄탄함에 기억해 두고 싶어 가져갑니다. new 08:21




옮김:매조지   원작:복효근   게시:레드썬   게시한 곳: http://cafe.daum.net/maejoji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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