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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체벌


 오늘부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체벌을 금한단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극 찬성이다. 처음이라 얼마간의 혼란은 있겠지만, 교육이 한 단게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리라.

먼저, 경험을 풀어놓으면,
아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 납품처였던 망우리에 있는 Y 여상에 들러 수금하느라 행정실(우리 때에는 서무실)에 들렀는데, 바로 옆이 교무실이었다. 그런데 말(馬)만 한 여고생 둘이 복도에 서 있고, 교사라는 자가 출석부 모서리로 머리를 때리는 거였다. 30년도 전에 내가 학교 다닐 때에 있던 풍경이 시공을 초월해 눈앞에 재연되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초*중학생도 인격으로 대해야 하겠지만, 고등학생이면 정말 성인이다. 글쟁이를 예로 들면, 이름난 작가의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에 쓴 것이 대표작인 경우가 흔하다. 정신적으로 거의 익었다는 말이다.  

아이들을 한 인격으로 대하는 학교를 수소문하여 경상도 산청까지 쫓아갔다. 아들에게 강권하다시피 하여 원서를 넣었는데, 아쉽게도 안 되었다. 대신 중학교에 진학하는 딸을 그리 보냈다. 눈이 내리는 고속도로를 밟아 지리산 중턱에 오를 때의 좋은 기분이 아직도 느껴진다. 합격하고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것에 "이 학교 안 다니면, 안돼?" 하고 묻는 딸과 동생 딸을 이렇게 설득했었다. 

'지금까지는 학교가 너희를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너희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일주일 지난 뒤에 최종합격하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체벌이 전혀 없고, 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대접하는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경험칙에 따라 더욱 확신한다. 물론, 학급인원이나 입시 위주의 커리큘럼에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군대도 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군대식으로, 또는 교도소처럼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가? 단지, 교사의 편의를 위하여, 능률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다운 교육은 없고 수용소로 남아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체벌금지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림: 매조지 DB  PhotoDisc.Signature.Vol.013-Panoramic Landsc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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