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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 죽음 삶이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철이 들면 누구나 알 수 있고, 아는 명제이리라. 톨스토이인가 누군가가 쓴 작품의 내용 중 인간의 삶을 '나무에 올라가 있는 중에 흰 쥐와 검은 쥐가 나무 밑동을 쉴 새 없이 갉아먹어 결국은 인간이 쓰러지는 것으로' 세월이 감에 인간도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묘사한 글을 본 것이 중학교 때쯤인 것 같다. 이제 50대에 들어섰다. 친하고 쉽지 않아도 [죽음]이란 놈과 악수하고 화해하며 좀 더 가까이 가려는 몸짓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도 죽기 싫다. 죽고 싶지 않다. 마누라가 숨을 거두면서 '죽기 싫어, 아빠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라고 했던 말이 간혹 귓전을 때린다. 죽고 싶지 않은 것은 희망 사항이고 인간은 누구나 죽어야 한다. 죽기 싫.. 더보기
◆ 신병 교육대 중대장님 이하 모든 교육 관계자 새벽에 하릴없이 아들의 흔적이나 살피고 냄새라도 맡으려고 서성입니다.아들의 흔적이란 다른 훈련병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인지상정으로 거리에 군인만 봐도 내 아들 같은 심정인 것은 다른 어느 부모의 심정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야간행군 사진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들렀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자대배치가 어떻고 하는 궁금함을 지그시 눌러둘 수 있는 것은 그 후의 과정을 상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한 몇 개월 정도는 '아들을 잊고' 살고 싶습니다. 그게 어쩌면 아들과 나한테도 플러스 알파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서도 하루에 네 댓 번을 들락거리는 심사는 무엇인가요? 내가 아들을 믿는 만큼, 내가 세상을 착하게 살아 온 만큼 아들도 .. 더보기
* 부엉이셈 속담에 '부엉이셈 치기'라는 말이 있다. "계산에 몹시 어두운 사람의 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매조진 행상이라 자칭하는 장사를 22년 했다. 네 자리 정도의 숫자는 마구 불러도 암산을 능히 해낸다. 그럼에도, 잇속엔 '부엉이셈 치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건 병이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서핑 중 아구다리(我求多利)란 닉을 발견하곤, 머리에 아로새겼을까? 아로새기면 뭐 하나? 머리와 감정이 따로 노는데. 관성의 법칙도 밖에서 힘을 받으면 바뀌는 법인데, '아구다리 (我求多利)란 닉의 힘도 별 볼 일이 없는가 보다. 어제 권 여사에게서 부탁의 전화가 왔는데 뿌리치지 못하고 파주 넘어 통일 동산의 공동묘지에 다녀왔다. 오늘 일정을 다 무위치고, 위생병원 장례식장을 들렀다가 파주로 향했다. 달리는 차.. 더보기
* 영창(營倉) 마지막 과정인 야간행군이 끝났다는 것을 다른 부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알았다. 입대하면서 찍은 사진이 육군본부 홈에 있는 것을 무심한 아빤 훈련이 끝날 때 즈음에서야 알고 COPY 했다. 사실은 그냥 무심한 것이 더 좋으리라. 신병 교육 마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를 앞두고 있다. 11월 12일 제대인 아들이 10월27일 말년 휴가 나왔다가 11월 11일 귀대하여 다음날 제대란다. 그런데, 갑자기 영창을 가게 됐단다. 사연은 아래와 같다. 조금 전에 중대장과 통화를 끝냈다. 소대장과는 서너 번 전화를 주고받은 터였다. 아들에게서 "27일에 못 나갈 것 같아요." 하는 전화를 받은 것이 지난주였다. 이어서 하는 말이 "영창 갈 것 같다."였다. 화들짝 놀랐다. 병정놀이(?) 다 끝내놓고 영.. 더보기
* 야근 삼일 째, 야근(夜勤)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야근(夜勤)이라기보단 야유(夜遊)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다. 야유(夜遊)는 문자 그대로 '밤에 놂'을 이름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주색에 빠져 방탕하게 노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내가 총각 때 즐기던 것이기도 했었다. 그런 흥미있는 놀이도 아니고 별 볼 일 없는 놀이를 마치 일하듯이 (夜勤) 하며 삼일 밤을 새웠다. 대단하다. 대단하게 한심하고 대단하게 두심 했다. 실은 인생에서 한심한 요소를 빼면 얼마나 삭막한가? 20년이 넘게 컴을 쓰면서도 '고스톱 한 번을 치지 않았다.'라고 먼저 말했었고 스스로 금기시하던 그걸 무시하고 (지난 12월인가, 1월인가?) 두어 번 해 보곤 그 소감을 썼던 기억이 있다. 삼일 밤을 인터넷 고스톱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