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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 노블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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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을지로 입구 코너에 노블다방이 있었다.
1975년이었으니 한 30년 전의 일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때, 난 명동, 수하동, 삼각동, 무교동, 북창동 일대에서 화장품 외판사원을 했었다.
물론 오전에는 공부를 하고 오후에만 했던 일이다.
 그나마도 오후에만은 일할 기회를 줄 수 없다는 J 화장품 소장을
"근무시간이 무슨 문제냐, 실적으로 말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간곡하게 설득해서 얻은 자리였다.

세상을 살면서 몰라도 될 일을 굳이 알 필요가 없음을 지금은 터득하고 있지만,
그땐, 모든 게 알고 싶었고 고등학교에서 닫힌 교육을 받은 탓에 더욱 호기심이 발동했었다. 본격적인 사회 경험이라면 불과 한 해 전인 1974년 여름에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한다는 계획으로 반도 못 돌아본 것이 다였다.
그때도, 고등학교 동기 2명과 같이 계획을 세웠는데 D-DAY를 이틀쯤 남겨 놓은 상태에서 두 놈이 포기해 결국 혼자 떠나게 됐었다. 이건 오늘 말하려는 사안이 아니니 다른 글에서 하겠다. 명동 입구의 '샹제리에'라는 핸드백류를 파는 곳의 여종업원에게 (소설을 쓸 자료라며-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다.) 핸드백의 소재와 기능 등에 대해 메모를 전해 받은 것이 케케묵은 소지품 어딘가에 있을 것도 같다. 또, 명동의 샤보이 호텔의 9층(?) 나이트클럽에 여종업원이 대기하는 곳에 들러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그들의 품새에 상품 설명은커녕 19세 청년의 순진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해하매, 오히려 그녀들이 자신이 쓰는 화장품을 알아서 집어가는 것이었다. 아랫글은 그때 만난 지연이를 생각하며 을지로 3가의 TIME 다방에서 했던 낙서의 전문이다.

 
                                                                      T I M E

사기꾼, 거짓말쟁이,
씹할, 씨팔, 타임, 창수, 씨발.
 순수함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
는 사기꾼이요, 거짓말장이
을지로에서
박동명이 뿌린 8,000g쯤 되는
精液을 생각하고 있다.
miss Lee도 소장도
그놈이 선망의 대상이라 했다.
그런가?
이미 죽어버린 시계를 보는 나는 거짓말쟁이.
갈보만도 못한 지연이가
사기꾼이라 한 것은 맞는지 몰라! 
洪형, 우스운 것은
다방에 쪼그리고 앉아
例의 작업을 하는 나의 모습이오.            

1975년 6월 19일

 J 화장품 대리점 아래층에 노블다방이 있었는데 친구가 그 다방의 DJ를 보고 있었다.
(꽹과리란 별명의 그 친구는 180 키에 100kg이 넘는 체격에 걸맞게 토목 쪽의 일을 하는데 조그만 건설회사를 하고 있다. 현장 소장을 겸한다.)  당연하게 친구들을 만나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되어 버렸었다.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을 그 다방에서 여럿 같이 만났는데 조금은 낯 뜨거워서 만류하는 나를 묶어 놓곤 친구들이 내 화장품 가방을 들곤 손님들에게 마구 영업
을 하는 거였다. '우리 친구가 별놈이 다 있어요.' 하면서...
 이젠, 가끔 그곳을 지나치려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 혼자 미소를 진다.

                                                                                                                2004. 09. 20
글: 매조지   그림:D:Data Craft/DC116 Wines, Foods & Table [와인, 음식,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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