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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주체/옷주제/잘 먹고, 잘 입고

* 뎃생

[(프랑스어)dessin] [명사] [미술] 주로 선에 의하여 어떤 이미지를 그려 내는 기술. 또는 그런 작품. 색채보다는 선적인 수단을 통하여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묘02’로 순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까 데생에 대한 설명이 위와 같이 나와 있다.
초저녁에 잠을 잤더니 밤이 깊을수록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여인들과 좀 야한 소릴 할 때 농담으로 '밤에 할 일이 없어서.' 잠 안 잔다는 소릴 자주 하는데, 무위는 무위가 아니라고 '하릴없는 밤'은 없었다.

'애인 아닌 애인'이 부산에서 보내준 오징어를 구워 소주 한잔 하고 있다. 두 마리는 물에 담가놨다. 요리에 젬병이고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인데, 내일은 오징어 튀김과 부침을 해 볼 요량이다. 모처럼 아이들에게 어미 역할을 해볼 생각이 든 것이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개인사에 닥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어려움. 즉 아내와의 사별, 그것이 단초(실마리)가 된 한창 일할 때인 30대 후반과 40대에 일과 가정이 뒤죽박죽된 것으로, 인생이 꼬인 부분이 크게 작욯했겠지만, 그것보다는 내 인생 전반에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인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천성이 무엇인가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내 장점 중 하나다. 그런데 식당이라 칭하는 요식업소와 관계된 일을 20년 이상 했음에도 요리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요리란 먹을거리를 다루는 행위이고, 먹고, 자고, 싸는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이기도 한데, 그것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은 생에 대한 의욕이 없거나, 거저 얻으려는 공짜 심리가 팽배한 것이거나 앞에서 거론한 게으름이 원인이리라. 설거지는 잘하는데 음식은 하기 싫은 것은 인생에서 주연으로 살기를 포기한 것과 같으리라.

 오래전부터 컴의 하드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데생 동영상을 드디어, 마침내 정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1강은 연필 등의 준비와 선 긋는 의미의 설명과 연습이 다다. 선을 그을 때 어깨 전체를 사용하라는데 붓글씨를 쓸 때나 합기도 등의 무예나 원리는 통하는 바가 많다. 어떤 학문이고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975년 20살 들어설 때에 인사동에 나가서 그럴듯한 붓과 벼루, 먹과 종이의 문방사우와 연적을 사온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붓글씨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 학원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한 뒤로 노원역 근처의 붓글씨 학원에 등록하여 잠시 공부한 적은 있지만, 이내 생업과 혹독한 인생사에 묻히고 말았다.

그래도 컴퓨터를 초기부터 독학하여 불편함 없이 다루는 것은 요즈음 말로 하면, 얼리어답터의 기질이요, 옛날 말로 하면 천방지축 무엇인가 배우는 것이 좋아 뛰어다닌 결과이리라. 새삼스럽게 데생 공부를 하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그림은 섹스와 먹을거리처럼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데,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그림의 속성을 이해하고 싶어 그림 그리는 과정을 조금 알고 싶은 욕구에 화답하는 것일 뿐이다. 예전에 거리에서 수천억 단위의 숫자를 마구 계산해내는 야바위꾼(?)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가 단순한 10의 보수에 근거한 것이란 것이듯이 세상의 많은 신기한 일이 사실은 아주 간단한 기초원리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을 모두 알리라. 녹슬었기는 하지만 나도 암산을 백 자리까지는 마구 불러도 바로 답을 낼 정도는 된다. 오랜만에 호산암산을 혼자 부르며 해 보니 천 자리 이상은 헷갈리는 게 답이 안 나오더라.



다음 달에는 그녀와 어딘가 밀폐된 공간에서 두문불출, 2~3일 서로 탐하며 무릉도원을 헤맬 것이다.
그녀가 원하고, 내가 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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