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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낫적~땅보탬/황새다리

▶ 박지성

라포타님 : 프리미어리그 현장에서 본 박지성의 진가 [15]

40대 노장 축구팬입니다.
먼저 황선홍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언제라도 한번 만나게 되면 황선홍 선수에게 사과를 꼭 하고 싶습니다.
축구에 대한 시야가 좁은 채 TV만 바라보던 그 시절,
항상 슛을 놓치는 듯 보였던 그를 무작정 비난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의 축구관람을 즐기게 되면서,
어느덧 황선홍 선수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문전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내는 그 움직임.
세계적 수준의 미드필더나 윙어가 별로 없던 한국대표팀에서,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야 했던 그의 서글픈 운명을 이해 못했던,
제 부족함이 미안해서입니다.

2002 월드컵 폴란드전의 첫골을 넣을때,
이을용이 센터링을 준비하는 순간 황선홍 옆에는
2명의 폴란드 수비진이 밀착마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센터링이 도달하는 그 짧은순간,
황선홍은 우아한 움직임을 보이며 순식간에 2명의 수비를 따돌리며,
순간적인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내고, 슈팅을 성공시킵니다.
이후에야 겨우 경기장에서 축구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황선홍에 대한 미안함과 박지성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간직한채,
유럽출장길마다 틈틈이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2005년 연말에는 찰튼에슬레틱 원정경기에서,
후반 15분 정도 교체로만 짧게 출전한 박지성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2007년 초에는 블랙번 전에서 골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며 환호성도 질러보고..
그간 올드트라포드 홈 3경기, 원정 2경기를 보았네요.
경기장에서 직접 축구를 관람하는 분들의 스타일이 저마다 있을테니,
모두가 꼭 저와 같은 시각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열기가 넘쳐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공통적인 시선들이 있습니다.
즉, 공격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공격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의 기대와 흥분이 그것입니다.

맨유의 경우에서, 대체로 3가지 정도의 경우가 있는듯합니다.
(1) 역습이 시작될때..
 예를 들어, 2007~8 시즌 호날도와 루니의 콤비플레이입니다. 맨유진영까지 내려온 상대팀의 마지막 수비진과 뒤엉키며 호날도와 루니가 폭발적으로 공세에 나설때... 어마어마한 탄성이 울려퍼집니다. 특히
한명이 수비진을 젖히며 달려갈때, 콤비 플레이어가 빈공간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순간과 그쪽으로 공이
연결될때...

(2) 문전에서 스트라이커에게 공이 연결될때...
 아무리 촘촘한 수비진 사이에서라도 스트라이커는 골에 대한 기대감을 줍니다. 특히 반니스텔로이나 호
날도, 루니 정도면 공이 그 선수쪽으로 향하기만 해도, 자리에서 벌떡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3) 패스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문전을 향할때...
롱패스에 의한 혹은 중거리슛/프리킥에 의한 골은 순식간의 환호를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선수에서 선
수로 이어지며 전진하는 숏패스 게임은 서서히 시작된 기대감과 흥분을 시간이 지나면서 극대화시키게 됩니다. 골이 성공되지 않더라도, 그 흥분을 가져다 준 과정에 대해 만족을 하곤 합니다. 자연스레 박수
도 나오게 되죠.

박지성의 경우는 (2)번과 (3)번의 경우에서 특출난 재능이 보이더군요.
퍼거슨이 말한 공간창출 능력과 자리잡기는, 공을 위주로 화면을 보여주는 TV에서는 결코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장 전체를 바라보게되는 현장에서는 한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박지성의 움직임은 외곽에서 문전으로 향하는 중앙돌격형 윙어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먼저 맨유의 공격이 전개될때 박지성은 외곽 혹은 문전에서 수비진간의 빈공간에 출몰합니다.
그 공간을 눈치채고 그리로 이동을 하는거죠.
이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관객의 입장에서 약간의 기대감과 흥분이 시작됩니다.
게다가 공이 박지성에게 투입되면, 공은 유연하게 흐름을 유지하고...
혹은 좋은 위치에 있는 박지성에 대한 수비진의 견제가 이루어지면, 수비진의 포매이션이 흔들리는것이
보입니다. 아니면, 맨유 공격진이 상대방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갈때, 역시 박지성은 수비진의 빈공간을 향해 돌진해 나갑니다. 상대방 수비진으로선 호날도/루니/반니/테베즈등을 우선적으로 마크하기 위해 움직이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박지성의 좋은 위치로의 돌진을 경계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결국 박지성을 막기 위해 움직이면, 다른 공격수에 대한 수비가 느슨해질수밖에 없고, 그냥 놔두면 박지
성에게 거의 노마크 찬스를 내주는 격이고....
퍼거슨이 박지성을 아끼는 점 중의 하나가 이런점일텐데, 현장에선 이런 움직임이너무나 확연히  한눈에 들어 옵니다. 즉, 박지성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기대감과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맨유 팬들에게 박지성이 사랑받는 점의 가장큰 이유로 보이더군요.
박지성의 수비력과 쉼없는 달리기 역시 또다른 장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박지성의 진가는,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그 위치선정과 공간창출 능력만으로 입증되는듯 합니다.
블랙번전이 끝난 후 펍에서 만난 현지 맨유 팬의 언급으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호날두의 골은 클럽에게 승리를 안겨준다. 하지만 박지성은 팬에게 흥분과 열정을 가져다 준다"
"Come on, Park !!!"

P.S. 경기를 마치고 올드트라포드를 나와 맨체스터 시내를 향하다보면, 수많은 동남아시아 맨유팬들을만날수 있습니다. 박지성 저지를 입고 박지성과 같은 생김새를 지닌채 미소짓는 저를 바라보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그 동남아시아 팬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박지성이 우리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P.S. 2 : 아이디 '싱아형아'님이 사진이 첨부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씀하시네요. 몇장 찾아서 올립니다. '찰튼 에슬레틱 전', '블랙번전', '미들스브로전'....정도를 지금 찾았네요. 개인신상 공개를 피하기 위해, 현장 화면만 올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http://bbs.sports.media.daum.net/gaia/do/sports/bbs/group2/worldsoccer/read?bbsId=F004&articleId=98592&RIGHT_SPORTS_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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