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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낫적~땅보탬/국어 및 어학

*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 

1 

아무것도 아니다.
오곡이 익지 못한
여름일 뿐이다.
덥지 않은 여름.
여름답지 않은 여름
땀 흘리지 못해
찌르르한 맥주 맛과
삶의 맛을 잃어버린 여름. 

2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으로 만들려는 노력.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으로 만들려는 과정.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으로 만들고 마는 집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으로 만들고자
생명 다하는 날까지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삶의 참모습이고
인생의 본질이 아니런가? 

3.

아무것도 아니다
여름답지 않은
여름이 가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마누라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뿐.
사랑하는 현수와
사랑하는 현민 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맥주 대신 독한 양주와 淸河를
친할 계절이 오고 있을 뿐. 

4.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를 멀리한 지
이미 수 삼 년.
생각은 고집이 되고
고집은 가치관으로 굳어
아무것도 아닌 나를
아무것으로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cu014-glorioso-matisse



5. 

인생의 많은 부분이
 "설명할 수 없는 진실"로
이루어져 있음과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은 이미
사실일 수 없음을
오래전에 깨우쳤지만
삶의 많은 부분이
 "참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不惑이 가까워서야 느끼는
우매함이여! 

6.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대로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대로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은
어찌할 수 없는 슬픔대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은
견딜 수 없는 고통대로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대로
성실한 '오늘을' 가꾸며 살았고
살 것이다. 

7. 

돌아오는 계절은 가을은 가을답고
겨울은 매섭게 추웠으면 좋겠다.
엄살은 금물이다.
여름은 뜨겁게, 뜨겁게
풀무질했으면 한다.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덥고
잘 났으면 잘난 대로
못 났으면 못난 대로
사회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다하여 모두
쓸모있는 그 무엇이 되었으면 한다. 

8.

아무것도 아니다
여름이 가고 있을 분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가을이 오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어둑새벽이 가고
삶이 고개 넘고 있을 뿐이다. 

9. 

아무것도 아니다.
오곡이 익지 못했던
여름일 뿐이다.
덥지 않았던 여름
여름답지 않았던 여름.
땀 흘리지 못해
짜르르한 맥주 맛과
삶의 진득한 맛을 잃었던 여름.

                                             2004. 09. 05. 

<내 몸에서 자궁이 빠져나간 그해 여름의 느낌을 적은 낙서.>



글:매조지   출처:http://planet.daum.net/maejoji/ilog/73885
그림: 매조지 DB/ 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마티스의 cu014-glorioso-matis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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