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판결에는 닭값을 낼 필요 없다!
시골 사람이 밤에 그 처와 자리에 누워서 수작을 한다.
"오늘 밤에 내가 수십 차례 그 일을 해줄 것이니 그대는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해줄 것인가?"
"만약 그렇게만 해준다면 무엇을 더 바라오리까? 내가 오랫동안 장롱에 보관해온 올이 가늘고 고운 무명 한 필로 바지저고리를 열일곱 벌 지어 드리리다."
"그 약속을 지켜준다면 내가 오늘 밤 능히 열일곱 번을 즐겁게 해주겠다."
"약속을 지킬 테니 어서 행사나 치르시지요."
부인이 좋다고 하자 시골 사람이 방사를 시작하는데 일진일퇴할 때마다 수를 세었다.
"1차, 2차....."
시골 사람이 숫자 헤아리는 것을 누워서 듣던 부인이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1차, 2차입니까? 이와 같이 하면 쥐가 나무를 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바지 한 벌도 얻어 입기 어려울 것입니다. "
"그러면 어떤 것이 1차인가?
"처음에는 천천히 진퇴를 하되 그 물건으로 내 몸속을 가득 채우고 위를 어루만지고 아래를 문지르다가 왼쪽을 치고 오른쪽을 부딪쳐 아홉 번 물러가고서 화심(化心)에 들이밀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하기를 수백 차 되풀이하여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사지가 노글노글하여 소리가 목구멍에 있으나 나오지 않고 눈을 뜨려고 해도 뜨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야 1차라 할 것입니다. 그러고서 서로 깨끗이 씻고 다시 시작해야 2차가 되는 것입니다."
"어찌 그것이 1차인가? 1차는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다."
"세상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이런 일을 누구에게 물어보나?"
부부는 행사하다 말고 옥신각신했다.
※ 장닭의 기상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 그림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그때 마을 사람 하나가 닭서리를 하러 왔다가 부부가 옥신각신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머니 말씀이 지당하오. 나는 이웃에 사는 아무개인데 누구누구 세 친구와 술 한잔하려다가 안주가 없어서 이 댁에 닭서리를 하러 왔소이다. 후일 반드시 닭값은 후하게 치르리다."
도둑의 말에 시골 사람은 깜짝 놀랐으나 부인이 재빨리 대답했다.
"명관이 송사를 결단하는데 이처럼 공평무사하니 그까짓 닭 몇 마리가 무어 아깝겠소?"
"그럼 나는 물러가오."
"닭 값은 낼 필요가 없소."
시골 아낙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조선 후기의 화가 장한종이 편찬한, <어수록>에 실린 우스개다.
위에 글은 지금 막 읽기를 마친 <조선사 쾌인 쾌사/이수광 지음>에서 옮겼다.
한 해에 100권을 읽는 것이 목표인데 올해 목표에 미달할 것 같아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경제 서적을 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150장의 명화로 보는 그림의 역사, 왕을 참하라, 조일전쟁, 해부학> 등을 이달에 봤다.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제가 붙은 백지원씨의 책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홍도, 신윤복,김준근, 유운홍 등의 그림을 보면 조선 시대의 궁핍함과 극심한 신분차별로 백성 대부분이 아프리카 노예보다도 못한 삶을 이어온 것이 드러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것은 몇 % 되지 않는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대백성 사기극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히 '쾌인(快人)쾌사가 아니라 애인(哀人) 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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