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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담배


소장한 할머니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헤매다가
이 그림은 카페, 오캔 수련장이란 곳에서 얻었는데,
회원 가입을 안 하여 댓글 달 권한이 없어 인사도 못하고 왔다. 고마움을 여기다 적는다.


오래전 일이다.
그러니까 그게 高3 때였다.
졸업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즈음이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서 무심코 담배를 태웠다.
우연하게 접한 사진 속의 어떤 文人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던 모습에 반해
배웠던 담배였다.
겉멋만 잔뜩 들었던 10대 후반의 일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 '하고 숨을 내쉴 때
허공으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의 아름다움(?) 감상하기를
러 번 반복하고 있을 때 문이 스르르 열리다 이내 닫히며 들려오는 소리.

    ‘학생, 연애편지 쓰고 있구먼’

그렇지, 그랬었지.
담배와 연애를 하고 있느라 인기척을 몰랐던 것이었다.

옆집에 할머니(당시 67~8세)가 어머니를 찾아 마실 오셨다가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에 오히려 당황해
시며 불쑥 내민 멘트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만 해도, 고등학생이 담배를 피운다면 과히 능지처참을 당해 옳을 정도의 時流가 주류를 이루던 때다.
어머니께 고(告)할 테고 이젠 참담한 질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공포에 몸을 떨었을 때. 한참을 지나도록 어인 일인지 아무런 호출이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 달포 남짓 됐다.
할머니 댁에 일본사는 친척이 방문
했는데 할머니께서 내게 슬그머니 Peace란 필터도 없는 일본 담배를 한 보루(10갑)을 건네주셨다. 꽤 오래 Peace를 피웠는데 매우 독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매번 할머님의 깊은 이해심도 같이 마셨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필요 이상의 질
책을 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학생 중의 하나가 학원 아래층의 슈퍼의 대형 유
리창을 공놀이하다 깼는데 속은 쓰렸지만 별다른 야단을
하지 않고 선선히 물어 주었다. 몇 개월이 지
난 후에 그 부모가 찾아와 고맙고 죄송하단 말을 수없이 하
고 갔다.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던 중 그들만
의 비밀을 다투던 상대 아이가 악에 닫쳐 꼬아 바쳤던 것이
다. 그 후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하면서 적과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 상황에서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
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정하며 ’상대를
인정은 못 해도 이해는 하자 ‘생각을 하며 동초(動哨)를
서곤 했었다.

 한 사람의 깊은 이해심이 못된 청년(?)을 인생의 깊은 뜻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다 담배를 빼물면 할머니를 생각하고 내 아이들에 대해
또 다른 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려 노력한다.





                                                                                              2004. 09. 17.      



글:매조지  그림: 매조지 DB/ Av_97 Corporate.Landsc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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