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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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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다. 
남부지방에는 벌써 비로 말미암은 피해가 심한 것 같다. 
'... 한 것 같다.. '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런 때에는 써도 무방할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즐기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이 있고
반면에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첫손에 꼽으면 여름에, 
장대비가 내리는 밤에 (혹은 낮이라도 괜찮다.)
들리는 소릴 즐기는 것이다. 
당연하게 비 내리는 소리를 말함이다. 

그냥 내리꽂히는 소리도 좋지만, 
나뭇잎을 짓궂게 희롱하며 내리는 소리는 더 좋더라. 
한마디로 정경화의 차이콥스키 연주보다도 더 조화롭다.
장대비와 족보를 같이하는 
작달비, 발비, 억수, 줄비, 된비, 무더기 비 따위뿐이 아니라 
농부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단비, 꿀비, 약비, 복비도 반기기는 한다. 
하지만, 여름날 그것도 장마철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가 나는 좋다. 
비중에서 별로 반기지 않는 비는 좍좍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웃비,
호랑이 시집간다는 햇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여우비 정도다. 

눈보라가 좋듯이 비보라 치는 날은
아직도 우산을 들고도 안 쓰는 때도 있다.
그래서 머리가 쉬이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종류는 아직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매조지라는 술꾼이 말한 술비이다. 

"술비를 아는가?" 

비 내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술잔을 기울이면 가슴 깊이 내리는 술비 말이다. 
個人史에서 적당히 슬픔이 있으면 더욱 고플 술비 말이다
나, 지금 소주 한잔 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술비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겨울엔 함박눈을 좋아한다. 혼몽한 고요를 주는 폭설이 좋다. 
지난 겨울 딸 아이에게서 첫눈이 왔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눈을 좋아하기에 딸 아이의 마음을 잘 알수 있다. 
좀더 크면 아빠에게 보다 남자친구에게
먼저 콩콩 뛰는 가슴을 전하겠지만 
조금도 시샘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풋풋한 웃음을 보일 것 같다. 아니 보이겠다. 
'벌써, 저리 컸군.' 하면서... 
그때쯤 나는 땅 보탬(죽을을 이르는 우리 말) 할 준빌 해야겠지.

 

                                                         2004. 09. 05. 

 

 

글: 매조지   그림: 매조지 DB/ 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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