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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주체/옷주제/잘 먹고, 잘 입고

* 돼지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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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요란했다. 대포 소리였다. 갑자기 폭죽이 터졌다.
홍 사장 부인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불꽃놀이라고 나가 보잰다.
나가려는 홍 사장을 붙잡고, 내가 말했다. 
 "뭐야! 애들이야? 뭔 불꽃놀이?"

말리는 나를 등지고 밖으로 나가는 홍 사장을 쫓아 나왔다.
펑~~ 펑~~!!
어라! 장관이다. 소리 없이 솟구쳤다. 별모양으로 흩어지는 놈.
펑 소리와 동시에 빠~아간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지는 놈 모양도 가지가지
색상도 가지가지였다. 말리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폭죽에 빠져들었다. 옛날 남산에서 터지는
이보다 훨씬 못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매봉산까지 냅다 뛰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생각이 바뀌었다.

 "일 빨리 끝내고 전어나 먹으러 가자"
내가 그랬다. 구리 농수산물 시장이었다.
'3회 구리 마을 전어축제'가 열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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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쪽에선 각설이 타령을 하고 동쪽 끝에선 노래자랑을 하고 있었다.
신이 났다. 각설이 타령하는 곳에서 옛날 광대들의 걸쭉한 입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신분이나 격식 이런 것 모두 벗어 버리고, 흥겨웠다.
손뼉만 열심히 쳐댔다. 자리를 옮겨 전어 맛을 볼까 했더니 그 넓고 많은 천막 속에
꽉~꽉~ 들어찬 사람들로 빈자릴 찾기가 어려웠다.
전어는 포기하고 어찌어찌하여 조개구이 하는 집에 엉덩이 한쪽을 걸쳤는데 제일 비싼 것이 모듬 조개(\40,000)였다. 서너 번 독촉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미처 눈길을 줄 틈이 없다.
"종업원을 한둘 더 붙이든지 하지." 구시렁거리며 기다렸다. 
몇 분을 더 기다리다 결국은 자릴 터고 일어났다.
동쪽 끝에 구리시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우동과 순대와 돼지 머리를 시켰다.
그것도 겨우 자릴 확보했다. 거기선 그 메뉴가 다였다. 소주 한 병 추가한 것이 \22,000원이다.
거의 모든 손님에게 거의 똑같이 나가는 그런 메뉴였다. 반도 못 먹고,
술 반병 남은 것을 들고 옆에 언덕으로 올라 공연을 보며 마저 먹고 들어왔다.


돼지껍데기. 이것 정말 맛없다.
그런데 이걸 어머닌 별미로 치셨다. 돼지껍데길 씹으며
나 어렸을 적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돼지껍데길 씹으며 내내 어머니 생각을 했다.
지척에 계시는데 내 위치가 흔들거리며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이 새삼 죄송했다.
내일은 어머니께 들러 봐야겠다. 돼지 껍데기는 맛이 없다.
그러나 어머니 젊으시고, 나 어렸을 적의 추억은 그래도 맛있는 부분도 꽤 있었다.



                                                                                                    2006. 09. 29.



출처:http://planet.daum.net/maejoji/ilog/4728260 
: 매조지    그림: 매조지DB/ 고화질 디지털 이미지 [물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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