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 우산

엊저녁이었다. 비가 뿌리는 저녁 아들이 전화해선 우산을 사  오란다.
내가 보기엔 튼실한 우산을 몇 번 못 쓰고 버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또 사 갈 수밖에.  우산을 사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비닐우산도 귀하던 때, 몇 번씩 써도 온전하게 보관을 하곤 했었는데.
 그 몇십 배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우산이 어찌 그리 쉬 망가지는가?
비닐우산만큼도 오래 쓰지 못하지 않는가?
그 원인을 생각건대
첫째, 물자가 너무 흔해서 귀한 줄을 모르는 것이고
비닐우산이 50원 정도 하던 것과 비교하면
고급(?) 3단 우산도 2,500~4,000원 정도 하는 정도니
inflation을 고려하면 과히 그때의 비닐우산 값과 비슷한 것 같다

.

두 번째, 흔하고 쉽게 구하다 보니 애틋하게 아끼는 마음이 없어
애만지지 않아서 일 거다. (애만지다: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어루만지다)
몇 가지 이유를 궁리하면 더 있겠지만 빗대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니 여기서 정리를 해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산의 효용가치를 우리네 생활에 대입하면, 쉽게 자신과 상대를
진창말이(몸이나 옷이 온통 젖은 흙투성이가 된 상태) 만들고 마는
진티(일이 잘못되어 가는 빌미)도 기실 따져보면
상대를 애만지지 않는 것이 원인이지 않은가?
아무리 귀하고 돈 많고 학식이 높아도 상대를 우습게 알면
같이 우스워지는 것이고 아무리 하찮은 상대라도 서로 존중하면
서로가 귀해지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아닌가?
 하물며, 부부 관계야 오죽하겠는가?
쉽게 이혼하고(일부이겠지만) 쉽게 상대와 자신을
진창에 밀어 넣는 행태를 보이는 자의 대부분이
잔구멍(어떤 일에 대하여 좁게 내다보는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과 자신을 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외로움에 지쳐 배우자를 찾는 많은 이들이 상대에게
'애가 없으면, 딸은 되고 아들은 안되고' 상대의 외모와 돈과 조건에
거의 모든 비중을 다 두면서 하는 말이 재혼하는 이유는  
오로지 편하게 살고 싶어서란다. 이것은 남녀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도대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무언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려는 의지와
진취적이고 가치 있는 태도를 보인 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쇠파리의 일종인 어떤 개체는 수놈이 먹이를 물어다 암놈에 주고
암놈이 먹이를 먹는 동안 뒤에서 일을 치른단다.
결혼 자체도 미물인 쇠파리의 행태를 본뜰 수밖에 없는
(거래)의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시대의 인간군상은 하나같이
창녀와 창남으로만 남으려 하는 면이 있어 서글프다.



글:매조지  그림: 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2004/09/12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0) 2008.08.13
* 담배  (0) 2008.08.12
*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0) 2008.08.12
◆ 의미없는 것은 없다.  (0) 2008.08.09
*시체 농장  (0) 200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