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다. 노는 날이다.
내게는 별로 의미 없는 날이기도 하다.
토요일도 놀고, 일요일도 노는 것이 대세지만,
나는 금요일도 놀고 어떤 때, 목요일도 수요일도 놀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한때는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화재로 모든 것을 다 잃고 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만 계속되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밤에는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이것 저것 뒤적일 게 많기도 하여 심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고통 받는 일상사에서 멀어질 수 있기에 그랬다. 그런 생각을 자연히 잊은 지도 이미 오래됐다.
일요일은 유난히 빨리 간다.
더 놀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일요일은 노는 날인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일하는 날보다 더 바삐 살아야 하는 날이다.
충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충전(充電)이란 말은 무서운 말이다.
휴식하면서 활력을 되찾거나 실력을 기르는 일을 말함이다. 이러고 보면 어찌 쉴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일하면서 쉬는 게 더욱 쉽고 그게 온당하겠다. 더구나 나처럼 꼭지가 덜떨어져서 노는 것도 아니고 충전하는 것도 아닌 반생, 반숙인 삶을 사는 사람은 더하다. (양파)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봤다. <카틴>이란 영화다.
39년이 시대배경의 시작이니 2차 대전 때이리라. 폴란드에 독일과 소련이 침략하고 나서 폴란드 군인 중 장교는 소련 포로로, 사병은 독일 포로로 나눴는데, 소련이 이송한 폴란드 장교 12,000명을 '카틴'이란 숲에서 소련이 학살한 것을 독일과 소련이 서로 상대가 저지른 만행이라고 폴란드 국민에게 회유하는 것 등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면 늘 영화 속의 주인공 처지에 나를 대입하곤 한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으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어 버려지며 고통에 처해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나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것이리라.
나는 '국수주의자(國粹主義)'가 아니다. 밥을 좋아하는 '밥 주의자(?)'이다. 하지만 국가란 테두리는 유지 발전해야 한다는 주의다. 국가는 우리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이다. 국민이 구성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은 언제나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바쳐 구성원의 의무를 다했으나 이씨조선(조선왕조를 썼으나 친일파의 대표적인 자가 고종이란 글을 보곤 이씨조선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이나 근대의 정부라 부르는 기구는 국민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도를 더하고 있다.
일요일에 충전도 못 하고, 놀지도 못하는 반생, 반숙의 사내지만 세상을 보는 주관적인 눈은 있다. 물론 '내가 보는 것을 네가 보지 못할 수 있고, 네가 보는 것은 내가 볼 수 없는 이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에게 감히 네 글을 내리라든지 그런 글을 쓰지 말라든지 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미네르바의 구속을 반대한 것은 위의 이유에서다. 어떤 현상에 대해 해석하고 말할 자유가 없는 사회. 힘을 쥔 자가 내가 해석하고 알려주는 대로만 쫓아 와라! 하는 몰상식과 폭력으로 대할 때 우린 목이 달아나도 그냥 굴복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림:E:보충대/태극일러스트(보충대란 폴더는 아들, 군에 입대하면서 만들었는데 이미 제대했다.)
일요일은 노가다가 제격인데, 지난 10월 이후 '노프'를 행하지 않았다. 노가다 판에서의 추위는 무서울 것 같아 엄두를 못 냈다. 다시 한 주의 시작이다. 아무 생각 없이 또 한 주를 살아보자.
20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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