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을 켜니 "'아일랜드 시티' 의 '나는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란 노래가 흐른다.
그래서 제목을 갑자기 바꿨다. 49재(齋) 같은 49분이었다.
내가 죽었었다. 그리고 49재를 치르면서 살아난 거다.
일찍 잔다는 것이 영화를 보고 (늘 혹사하는 눈에 미안했지만) 책을 보다 보니 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좀 복잡한 꿈을 꿨고 이내 잠이 깼지만,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엔 잠을 이룰 수 없
는 것을 알지만 일어나 책을 보거나 컴을 켜면 날밤을 새울 것 같아 침대에 눈을 감고 오랫동안 앉아 있
었다. 그러나 한 번 덧난 생각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은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가이없는 넓
은 하늘 같은 공간'을 헤맨 시간이 겨우 49분이 흐른 거였다. 죽어서 49일 되는 날에 치른다는 49재 같
은 49분이었다. 설핏 들은 잠인데 꿈에 집채만 한 덩치를 한 거한 둘과 씨름을 했다. 귀신도 아닌 온전
한 사람 모양의 악한(惡漢)들이었다. 아마, 그들이 진정한 친구인지도 모른다. 불현듯 나를 돌아보게 한
것을 보면.. 잠들기 전에 본 '개와 고양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백미(白眉)로 흐른 노랫말 중에 '혼자 있
을 때 무슨 생각을 하나?'라는 구절이 염통(心臟) 한 곳을 차지했는가 보다.
사실은, 아주 찐한 연애를 하고 싶다.
근데 내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매력을 다 잃은 상태다.
어떻게 하면 잃은 매력(魅力)의 반이라도 찾을까 (자다 말고) 고심했다.
근자에 들어 돈에 대한 나의 사랑에 진심이 스며 있지 않았는가 싶다.
'돈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여자보다 더 매정하게 떠나는 것'을 잘 알면서 말이다.
여자든 돈이든 절대로 쫓아가선 내 것으로 할 수 없다. 그들이 좋아할 나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열정으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분명한 것은 "돈과 찐한 사랑을 하고 화끈한 연애를 하려면" 지금 이대로의 마인드론 안된다.
또한, 돈을 쫓아다녀서도 안 된다. 예전처럼 일이 좋아 어렵고 궂은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금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함으로 한 가지에서도 똑 부러지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단점을 단호하게
고쳐야 한다.
자다 깨어 불도 켜지 않고 눈도 뜨지 않은 채 침대에 앉아 골똘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 화두였다.
우선 '겸손하자'는 생각을 했다. 행동으로 당장 아침부터 정확하고 확고하게 실천할 것이다.
젊었을 땐 '겸손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겸손을 넘어 비굴할 것 같으면 차라리 교만하겠단' 생각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젊었을 때보다 더 자신을 옥죌 필요가 있음을 자다 깨우쳤다.
1975년 갓 스물이 되던 해의 일기장 첫 장에 '겸인지용(兼人之勇)'을 그 해의 목표로 세우고 일면 소심했던 부분을 많이 보완했었다. 그리고 해마다 그 해의 목표를 정해 실천했는데, 그런 모습을 잃어 버린
지가 오래되었다. 그리곤 이내 그런 기억까지도 잊고 있었다.
10년도 안 있어 환갑을 맞을 나이에, 좀 있으면 원하지 않아도 영구히 누워 있을 나이에, 북풍한설
찬바람에 맞서 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할 때에 너무 편하고 안일하게 생활하고 있음을 깨우친 거다. 오늘 장을 보곤 주식은 N字상승(右上)이든 M字하락이든 크게 요동을 친 전후(前後) 승률 80% 이상일 때만 진입한다. 그 외엔 몸을 개차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에 주력하자. 주말에 완벽한 실천계획으로 하나씩 풀어 볼 요량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매조지 어록'을 주워 맞춰 하나씩 실천을 하고 돌파구를 찾아 '돈을 사랑해 보자.' 사랑하는 척하는 몸짓만 보이니 (그 년이) 나의 그런 속내를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뼈와 살이 타는 화끈한 연애를 하자. 그러려면 예전처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15년을 보상하자. 이를 갈면서, 피를 토하면서...
2007/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