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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雜同散異

# 가을강

 

 

  

가을 강

인간의 숙명은 삶을 견디는 것이듯
흐르는 것 또한 너의 숙명
강 굽이굽이마다 톱밥 같은 설움 쌓으며
갈대들의 눈물 어린 배웅을 받으며
네가 바다가 될 그곳까지 흐르고 흘러라
흘러 가 스스로를 메우는 웅숭깊은 사랑이 되어라
낮엔 햇살을, 밤엔 별빛을 나침반 삼아 가다
작은 마을이 보이면 모아, 집집마다 등불로 달아주고
강가에 핀 들꽃들을 보듬으며 힘차게 힘차게 흘러라
그러나 저 흐름 속에는 흘러서 슬픈 흐름도 있음을
흐르는 것이 두려워 빙빙 맴도는 여린 마음도 있음을
둑에 갇혀 물살을 찰랑이며 애태워야 하는 애끓는 시간과
얼었다 녹는 소진消盡의 결핍을 견뎌야 하는 날들도 있음을
안다, 달게 앓고 난 후 새롭게 안다
안, 그 힘으로 가을 강을 본다
강물 속에 담긴 나 강물이 되어 흐른다




출처: 나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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