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춘분이었다.
생일이기도 했다.
마눌이 하늘나라로 도망간 후에 생일을 잊은 지 오래됐다.
도망가는 것도 막지 못한 주제에 무슨 생일?
그런 심뽀로 굳이 기억하지 않는데,
저녁에 들어오니 포스트 잇에 'Happy Birthday'라 쓰여 있고 케이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파는 것에 비해 세련된 모습은 덜하였지만, 제법 맛이 있었다.
'투박한 매력!'이랄까?
스스로의 기념일에 무심하지만, 딸로 인해 흥겨웠다.
미역국도 끓여 놓았더라.
28일은 딸의 생일이다.
'밤과 낮이 같다'는 춘분.
이날을 분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춘분이 지났다.
이제 어둠보다 환한 빛이 더 많은 날이 이어지겠지.
"효자가 불여악처(不如惡妻)"라지만, 불효자보단 낫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