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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낫적~땅보탬/국어 및 어학

* 벽제

  

벽제에서 - 사랑하는 당신을 보내고


멀리 떠났던
사람도 다시 돌아오는
설날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랑하는 당신.
사랑하는 현수와
사랑하는 현민일
외롭고 쓸쓸한 아이로
남겨두고 떠난
나쁜 엄마요
나쁜 마누라요
나쁜 며느리요.

당신의 병이 깊어 가던
십이월 즈음에
끈질기게 AUDIO에 집착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던가!
현실 도피의 방편이었던가!!
이제는,
아무 쓸모 없어진
숯가루, 호두, 잣, 땅콩
영지버섯, 현미와 현미 찹쌀,
콩과 팥, 건강에 관한 책들,
헌혈증 31매.

아침 일곱 점.
현민이 일어나
눈물 글썽이며
"아빠, 이젠 울지 마세요"
할머닌 성당에 가시고
때맞추어 눈 뜬
현수도 눈물이 그렁그렁.
엊저녁
"엄마..,"
잠꼬대하던 아들아!
행여 아빠 마음 상할까 낮엔
"엄만 하늘나라에 갔어?"
짐짓 물으며
에미 그리는 마음을 삭이는
사랑하는 현수야!
사랑하는 현민아!
그 하는 양이 더욱
가슴 아프구나!

"죽으면 병원에 안 가?"
"응..,"
"하느님이 엄마 다 낫게 해 주셨어?"
"응..,"

운명하기 전
돌아가려고 그래, 자꾸만
돌아가려고 그래.
죽기 싫어!
현수와 현민이와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피리 소리가 들려요.
대패 소리가 들려요.
눈도 못 뜨고
당신이 들은 소리는
내 귓가에
무시로
쟁쟁할 터이다.

순식간에 한 줌 재가 되어
내 품에 돌아온 당신을 안으며
고작 할 수 있는 소리가
분쇄기 돌리는 사내에게
만원 2장을 흔들며
조금 더 곱게 빻아 주오!
강물이 얼어 당신을
흐르는 물에 뿌리지 못한 것도
돌아와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
가슴 아픈 것이 어디 그것뿐인가?
벽제에서 당신을 잃을 줄
꿈에나 생각했던가?
언젠가 당신과 함께했던
금촌 다녀오던 길을
따라...,

멀리 떠났던
사람도 다시 돌아오는
설날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랑하는 당신.
사랑하는 현수와
사랑하는 현민일
외롭고 쓸쓸한 아이로
남겨두고 떠난

나쁜 엄마요
나쁜 마누라요
나쁜 며느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mondrian_gray_tree

벽제에서 아내를 불살라 버리고 돌아온 집에서 참담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며 배 깔고 엎뎌 낙서한 찌꺼
    기가 이 글이다. 한 번도 詩를 써 본 적은 없다.
그럴 능력이 없었으니까 다만, 가끔 낙서한 적은 있는
    데 그나마도 보관된
것은 없다. 그만큼 세월의 무게를 버거워했는지도 모르겠다.




글:매조지  그림: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몬드리안 mondrian_gray_tree

20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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