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묘 다녀오는 길

 

성묘

누군지도 모르고 절하고
누군지도 모르고 절받고
매양 묻고
매번 잊어뿌리고
조상님에 대한 소홀함이여!
종손은 아니지만
머쓱 한기라.

백 년 저쪽에 누운 이나
엊그제 이쪽에 누운 이나
황토에 범벅되기는
매-일반 아닌감?
마른 가랑잎을 밟으며
산소 가는 길에 그냥
눕고 싶다.

일기 따뜻해 진창에 車와
구두와 마음이 푹푹 빠지는
중사태 가는 길에
무거운 눈꺼풀 치뜨려 말고
그냥 한잠 푹 자듯
풀잎 눕듯 눕고 싶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유행가 가락 한 소절에도
코가 찡함은 다 식은 가슴에
아직도 치열하게 삶을 이어 갈
에너지가 남아 있는가 보다.

군에 입대하던 날
혈육의 정을 극명하게 보이셨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늘 같이 한다.

세상을 잠시 떠나 죽은 이들과
함께하는 의미란..,

 

                               1994년 2월 20일

<아내를 불태워 버린 다음해, 선산에 다녀오면서 적은 낙서.
남자에게 있어 아내는 자궁과 같은 존재다. 자궁이 없는 여자의 허전함. 홀아비는 자궁이 없
는 여자와 같다. 아내를 잃고 첫 번째 맞는 설날은 더욱 슬펐다.>

출처:http://planet.daum.net/maejoji/ilog/438895

200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