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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M)스트리트/돈

◆ 이혼 자격

 이혼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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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한테서 오는 전화는 소리마저 유별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혜*이 가게 주인에
 게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니까 그것 좀 써
줘!"

 "급하니까 지금 당장
써야 해."

전화선을 타고 내 귀에 꽂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톤이 높다. 타고난 쌍년의 소리다. 쌍년을 상대하는 나도 쌍놈이다. 버럭 소릴 지른다. 
 "아무리, 급해도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 아냐? 그리고 법률적인 것은 문구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법인데 내가 이따 들를 테니 그때 설명해"
내가 만만찮게 소릴 지르니 전활 철커덕 끊는다. 암말 없이.
그래서 내가 쌍년이라고 하는 거다. 이건 누구에게나 어쩔 수가 없다.
10년가량 거랠 하면서 성질이나 동태를 훤히 아니깐 그냥 이해하고 만다. 아무리 교육을 하고 고치려 해도 "김정*' 이 쌍년은 안된다. 하여, 나도 그냥 쌍놈이 되기로 했다.
그러니, 편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이 집 둘째 딸년 혜*이가 미장원 쪽에서 나와선 식당을 가로질러 출입문을 나가면서 "아저씨, 이따 나하고 얘기 좀 해요!"하곤 휑하니 밖으로 나간다.
갓 30을 넘은 이년도 역시 쌍년의 딸인 쌍쌍 년이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왜 착한 GIRL에겐 인색하고 쌍
 쌍년들
은 그리 예쁘게 만들어 주는지. 자주 봐도 인사 한 번을 하는 것을 못 봤다. 일하는 아줌마들이든 누구에게도.

밥을 먹곤 미용실로 달려갔다. 학교 선생인 단골손님과 안면이 익히 있는 끼리끼리 노는 년이 하나 더 있다. 그냥 무시하고 '정*에게'소리쳤다. 

 "딸년 좀 싸가지 있게 키우지 못하냐?"
라고.
 "왜?"

조금 전에 상황을 설명하곤 야단을 좀 더 했다. 

 "다른 건 참아도 딸 욕 하는 건 못 참아" 
 "당신이 고따위로 하니 애들이 소갈머리가 없지!"

버럭 소릴 지르고 나오는데도 분이 안 풀렸다. 내가 이렇게 흥분할 이유가 있는가?
곰곰 다시 되짚어 본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헤*이 년의 이혼 풍경에 성질이 마구 나는 거였다.
혜*이 이 년은 혜*이의 언니다. 34세던가?

싹수없기로는 이 년도 빠지지 않는데 오늘 내가 막말을 하며 부아가 났던 것은 이 년 때문이다.
5~6년 전 총각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데리고 온 전 남편 자식인 현*가 3학년이다.
그리고 지금 남편과 사이에 5세, 3세의 두 여아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찢어지네 남자가 가출을 했네 하
 며 시끄
러웠다. 결국, 이혼을 한다는 거였다. 되지도 않는 아동복 점을 조그맣게 했는데 보증금을 까먹고
있는지가 한참
됐고, 남자는 막노동(노가다)를 다녔다.

 '내용증명' 문제도 이혼으로 말미암아 급하게 가게를 빼는 과정에서 집주인과의 마찰 탓이고, 게다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법률 건이 이혼을 하면서 남자에게 한 푼도 건네주지 않을 야비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 거였다. 다~ 좋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지식은 설명해 주고 또는 대서해 주되 그들의 재산권분할 문제는 관심도 없다. 다만, 한심한 것은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는 행태가 서글프고 화가 난다. 큰 애는 필리핀으로 보내고, (신우 올케 사이인 식당에서 일하는 상*이 엄마 말이다.)
오직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에만 관심이 있다. (다 털어야 2억도 안 된다.) 아이들이 완구로 만든 장난감만큼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나이만 처먹는다고 결혼할 자격이 있고 이혼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괴질처럼 창궐하는 것은 이 시대의 치부다.

 괜히 우울하다. 아이의 장래가 걱정되고.., 다른 아이들이 불쌍하다.
부모를 떠나서 스스로 저지른 일에 대한 뒷수습은 고려하지 않고, 아무리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부부라지만 살을 섞고 산 것들이 그래서 생겨난 생명에 대한 아무런 선후조처를 취하려는 노력도 없이 쉽게 국외입양을 보낼 생각들을 하는 것에 진저릴 친다.





F/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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