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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Number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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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첫 눈... - 함박눈이 보고 싶다.
작성자 매조지 (prop2047) 번호 586 작성일 2002-11-05 오후 10:22:31  

세상의 온갖 소릴 제 안에 가두어 새로운 소릴 듣게 하는 함박눈!
그 혼몽한 고요함을 느끼고 싶다.

예전에, - 70년대 중반에-
강원도 강릉에 Number nine 이란 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에 한 주일을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 대부분을 거기에서 보냈다. 음악이 끊긴 사이로 거기서 일을 보던 소녀에게 물었다.
"정적이 흐르는 때에 뭔 생각을 하느냐?"라고
돌아온 대답은
"음악이 흐를 때보다 더한 소음이 들린다."라고 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 간 친구가 그 때는 무명이었던 '이외수'님을 만나러 춘천에 갔고 12시간이 걸리던 완행열차가 하루에 두 번씩밖에 없던 시절. 열차 시간에 맞춰 number nine을 나서던 내 앞에 친구는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었다.

제천에 눈이 온 날!
현민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 거의 전화를 안 하는 놈이 눈이 온 것에 들뜬 마음을 전하려 전화를 한 거다.
   "아빠! 여기 눈이 와요!"
   "서울에도 눈이 와요?"
이런 전화를 받는 날은 마음이 참으로 풋풋해진다.
생활에서 울울하게 막혀 있던 무엇이 한순간에 뻥 뚫리는 시원함이 함께 한다.
허허 웃으며
"좋겠구나, 눈싸움도 하고 뒹굴게 돼서." 하니
   "쌓이는 눈이 아니고요. 오면서 사그라져요." 한다.
매번 볼 수 있는 눈이지만 감동을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 내게도 진하게 전해온다.
느껴서 동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살고 있다는 것이지.
그래, 조금 더 크면 아빠보다 '남자 친구에게 그 벅찬 감정을 전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실없이 웃는다. 세상을 많이 안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앞에, 나도 모르는 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일부러 아는 길과 지름길을 모르는 체하고 멀리 돌아가는 것도 생경스런 기쁨이 있을 터.
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싶다. 
                                                                                                          2006/11/21





                                                                
출처:http://planet.daum.net/maejoji/ilog/5010349                                   
사진: 매조지 DB/ Artville_IL.003.The.World.of.Business/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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