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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흐름(時流)

◆ 백바지의 추억 솔나무를 갉아먹는 송충이마냥 매조지는 요즈음에 세월만 갉아 먹고 있다. 세월을 갉아먹는 재민 밋밋하기만 하다. 수입 쇠고기가 선뜻 손이 가지않듯 리기다소나무의 맛이 이럴 것 같다. 높이가 25m에 이르고 폭이 1m에 이른다는 북미 원산의 솔나무 둥치는 커녕 솔잎도 맛 본 적이 없어 토종 솔나무의 잎과 어찌 다른지 모르겠으나 재래종 솔나무의 맛과는 확연히 다를거라 생각이 든다. 꾸부정꾸부정한 본종 솔나무와 달리 미끈하게 거침새없는 모양이 보기엔 좋으나 먹거나 맛을 보기엔 별로일 것 같다. 경험에 의하면 미끈하게 잘 빠진 여자가 무미건조(無味乾燥)한 경우가 심심치 않았으니 말이다. 비유가 적당치는 않지만 맛도 못 본 '리기다 소나무의 잎만큼 맛이 없는 세월'을 보내는 것이 한심하고 서러워 주절거려 보았다. .. 더보기
◆ 아버지와 아들 세상에 두 부류의 아버지 이 시대에 아버지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아버지를 극복한 아버지와 그렇지 못한 아버지다. 그런 면에서 사춘기 이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버지의 온전한 모델을 보지 못한 면보다는 극복이라는 과정을 겪지 못한 것이 더 큰문제다. 하지만 오늘날, 봐서는 안 될 아버지상이 너무도 많기에 상대적으로 절망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하면 진정한 어른 아버지가 될 수 없으며, 결국 자신의 아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로 남는다. 아버지를 극복하는 과정은 두 가지로 나눈다. 온전한 극복과 깨부심의 극복이다.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는 기간은 불과 1~2년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양육에서 자아의식이 생기고 인격이 형성되는 단계.. 더보기
◆ 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시대의 비천함, 인간의 고귀함 - 서준식의 (2002,야간비행, 이하 )을 읽는 것은 1970-8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을씨년스러운 음지 한 군데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을씨년스러움을 인간존재의 눈부신 고귀함으로 승화시키는 어떤 정신의 다사로운 양지를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 그늘과 별이 서로 맞서고 뒤섞이고 포개지며 빚어내는 긴장 속에서, 의 사적인 언어는 한 시대의 무게를 통째로 감당하는 공적 언어로 바뀐다. -------------------------------------------- 일본 교토(京都)에서 태어나 자란 서준식(59)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유학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70년 그는 형 서승과 함께 북한엘 다녀왔고, 이듬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