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탁 肉鐸 / 배한봉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 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려서 불빛을 흘릴 것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
2005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에서
명태 / 양명문 시 , 변훈 곡
감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元山)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元山)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