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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낫적~땅보탬/음식

* 마구리

점심때도 한참 지났다. 그렇다고 저녁때가 되기엔 좀 그렇다. 17시가 넘었으니 저녁 시간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저녁은 19시 이후를 말할 수 있겠다. 설렁탕 집에 들렀다.
   "찜 하나 줘"
내가 목청을 높인다.
   "마구리 드시죠"
오늘따라 은아의(막 4학년에 오른 처자다.) 말이 엇가고 있다.
   "할머니, 어깃장을 놓을 거야"
짐짓 약을 올린다.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매운 갈비찜을 불에 올린다. 이 집에 들러 밥을 안 먹으면 종업원들이 도리어
   "식사 안 해요?" 재촉을 한다.

 은아나 이 집 딸 혜정이(30대 후반인데 한 싸가지 한다.)만 가끔 밥값을 UP 해서 많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값을 주려고 하거나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태릉 근처에 있는 설렁탕 집인데 하루 쌀을 40kg 정도 소비하니 장사가 어지간히 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은 개뼈다귀처럼 하는 데도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운'이란 것이 있긴 있나 보다. 하기야 지난 13년 동안 운(雲)이 있긴 있었다. 내 이름 끝 자가 운(雲)이다.
많이 알진 못해도 끊임없이 자문했다. 업무 문제부터 개인신상의 문제까지.

이 집주인 정수는 여자다. 한 건물에서 미장원도 같이한다. 손재주와 말재간이 남다르다. 부족한 것은 교양인데, 그게 뭐 대수인가? 나완 "쌍ㅅ'도 날리고 화통 삶아 먹은 소릴 지르기도 하지만, 이게 아주 여우다. 아쉬운 것 있을 때는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고개만 살짝 돌리자마자 '헤헤헤' 여우가 된다. 그녀를 볼 적마다 인간의 불가사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히 천의 얼굴이고 프로 배우의 표정이다. 아! 나도 배우고 싶다. 이해관계에 따라 순식간에 표변할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알면서도 명분에 치우쳐서 또는 내부에서 존재하는 고도의 제어장치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겪으며 사는가? 누가 이 통제장치를 고장 내 주진 않나? 많이 낡아 못 쓰게 되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갈비찜을 먹으며 마규리를 생각했다.
어깃장을 놓으며 마구리 운운 한 은아로 말미암아 자연스레 생각이 난 거다. '마규리' 총각 때 내 학원을 경쟁 관계로 생각했던 가까운 유치원의 선생이었다. 남녀관계란 것이 알 수 없어서 우린 어찌어찌하다 데이트를 했고, 북악스카이웨이를 갔었다. 그땐 통금이 있던 시절이었다. 을지로 6가 계림극장 옆에 D 호텔이 있었는데 거기서 밤을 지새웠다.
이 이상은 더 말 못한다. 어쩌면 다음카페에서도 활동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늙어가는 우리이기에 젊은 날 한때의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싶다.

 

 [참고]

첫째 늑골부터 열셋째 늑골까지 13대로 된 늑골의 옆을 덮는 근육이다.
늑골은 늑골 머리 (head of rib)쪽을 고리 마구리라 하고, 늑골의 끝 부분으로 늑연골(costal cartilage)
과 관절하는 쪽을 마구리라 하는데 앞쪽 여섯째 늑골까지의 마구리를 상 마구리라 하고 일곱째부터 열
세 번째 늑골까지의 마구리를 하 마구리라 한다. 마구리는 탕 갈비로 주로 쓰인다. 상품화된 갈비는 고리
마구리와 마구리가 제거된 부분만이 갈비로 거래된다.

갈비에서 늑골을 완전히 발라내어 살코기만으로 된 갈비를 떡갈비(boneless rib)라고 한다. 
흔히 LA갈비라고 하는 것은 제1 늑골에서 제5 늑골 사이에 걸쳐있는 근육으로 늑골 폭이 좁고 근육이 풍
부하고 지방침착상태가 매우 고르다.
 

 

[출처:윤호의 소고기 이야기]


글:매조지 그림: 매조지 DB/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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