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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주체/옷주제/잘 자고, 잘 놀기

* 멋진 남자

  며칠 전 봉화역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94년 이래 은행거래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 ATM기가 있는 지점에 들러 현금은 입금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불난 전날처럼 늦게 귀가하여 입금할 수 없는 날을 빼곤, (불나던 전날에 입금하지 못해 지갑과 지갑에 들은 적지 않은 현금도 함께 태워버리고 말았었다.) 아무튼 여느 날처럼 J 은행 앞에 차를 세우고 두어 걸음 떼는데 구청의 주차 단속반원이 다가오며 차를 빼라는 것이었다. 그제야 앞을 보니 두어 대의 단속 차량과 주차 단속반원이 보였다. 계속 뭐라 하는 것을 톡 쏘며 무시하고 일을 보고 나왔다. 일을 보고 나오면서 (심하게 야단했던 것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보, 미안합니다. 주차 단속하는 당신들과 차량을 보면 그 무지함에 알레르기가 느껴져 그리 대했소 '하고 말을 걸었다. 멋쩍게 응대를 했는데 '괜찮다.'라고 한 건지 뭐라 한 건지는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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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은 여유를 갖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리라.

 집에 오는 길에 '아직 난 (멋진 남자) 측에 끼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남잔 물질적인 여유뿐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떤 상대한테든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숨은 힘과 능력의 소유자일 테니 말이다. 지난 20개월의 피폐한 생활 탓에 알게 모르게 더욱 찌든 의식이 나를 지배했는가 싶기도 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막무가내요, 자기들의 존재 이율 모르며 업무를 집행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교통경찰이나 순찰차들의 무식함도 소문이 나 있긴 하지만, 그들도 한 수 더 뜬다.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다. 교통순경의 제1차적인 목표는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기하는 데 있고, 그것을 방해하는 차량을 계도, 또는 단속하는 데 있을 것이다. 가령 3차선 도로라면 단속을 하면서 순찰차와 피단속 차량을 3차선과 2차선에 떡 하니 걸쳐놓고 오히려 통행을 방해하며 업무랍시고 보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예전에 그런 꼴이 보이면 교통을 불러 한마디 하고 지나치곤 했는데 이젠 그럴 마음도 없다. 경찰청의 커리큘럼엔 교통경찰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규정한 것이 아예 없던가 폼으로만 갖춰놓고 있을지 모른다. 사복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이 더 많은 현실이다. 주차 단속도 차량의 소통과 불법 주차 탓에 차량의 흐름에 지장이 있는 등, 다수 이익에 반하는 명백한 경우에 단속해야 할 것이다. 차에서 주차단속스티커의 빈칸을 채우고 단속 대상 차량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서둘러 스티컬 붙이고 사진 한 장 덜컥 찍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는 행태로 주민을 범법자로 몰고 구청 수입을 (무리하게) 늘리는 데에만 주력하고 그것으로 양아치 수준의 구의원 등의 외유 비용과 나눠 먹기에 바쁜 인상이다. 거래처에 주차하는 공간이 있어 주인에게 차를 좀 빼달라는 이야길 하는 동안에 미리 써 놓은 스티커만 붙이고 도망가는 단속원을 잡아 항의하니 구청에 와서 따지란다. 당근, 구청 가서 양식을 메우고 절차를 밟아서 제대로 처리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람이 법을 어겼을 때 어지간히 억울하지 않으면 그냥 수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당하는 사람이 몹시 억울한 감정을 갖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일로 구청장실 문짝을 발로 냅다 지르며 구청장 나오라고 소릴 지른 적도 있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아는 게 병이다.'
차라리 모르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지난 3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꼭 100일 동안 새벽에 신문을 돌린 적이 있다. (신문과 모래주머니 by maejoji ) 그때 만난 멋진 남자가 기억에 생생하다. 100일 동안 한 4~5번쯤 마주친 것 같다. K 아파트 103동 엘리베이터 앞에서이다. 그는 내리고 나는 타는 순간에 잠시 묵례를 하는 정도였는데 언제나 그가 먼저 눈인사를 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나보다 네댓 살 많은 것 같았다.
무엇을 하는 사내인지도 모른다. 다만,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만나는 내게 웃음을 띤 얼굴로 생면부지의 내게 눈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가볍게 보일 신문 배달하는 중늙은이 일 매조지에게 말이다. 처음 그와 만난 아침 이후로 그를 다시 보고 싶어졌고 그의 숨은 힘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인류애의 시발이리라), 자신의 내면과 외면에 자신감으로 꽉 찬 무엇이 있을 때 가능한 여유, 그것을 베풀 수 있는 용기, 두 발로 땅을 짚고 머리를 하늘로 향하는 동안의 자신감. 그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으로 내게 다가왔다. 코스를 바꾸고 내가 나가는 시간이 들쑥날쑥하여, 또는 그가 아침에 나가는 시간이 달라져서인지 모르지만 100일 동안 찰나에 가까운 만남이지만 그를 본 날이면 하루가 풋풋했었다. 그리고 닮고 싶었다. 좀 더 많은 힘을 키워 좀 더 여유롭게 사람을 대하고 겉으로 유연하며 안으로 강한 외유내강의 모습을 갖고 싶다. 난 늘 파르르~ 떠는 경박함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나일 잊고 그런 경우가 꽤 있다. '멋진 남자'로 남고 싶으면 그런 모습은 스스로 잘라내야 하겠다.

2007/09/16



글:매조지     그림:G(만물창고)/DC/DC155 Living Spaces & Small interior items [주거공간 & 인테리어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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