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 느끼며 살던 거였지만, 미친 소<(美親소)-이게 2MB의 아호(雅號)라고 누가 그러던데>가 등장하고서는 법은 지키면 손해고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 더 잘 사는 곳이 한국이란 말이 허공에 비누 거품처럼 생겼다 꺼지곤 하는 현상이 일곤 한다. 면허가 취소됐다. 꼭 열흘 됐다. 오늘 알았다. 인터넷을 마구 뒤져 봐도 면허를 살리거나 대처를 할 방법이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17시쯤 알고선 허둥대다 18시가 넘어서 면허 시험장에 전화하니 기계음만 대꾸한다. 몇 군데, 운전 학원에 전화하여 겨우 알아낸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면허를 살릴 수 있다.'라는 거였다.
10년도 더 전에 중앙시장(벼룩시장)을 구경하던 차에 이것과 동종의 전화기를 샀었다.
2005년 12월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지만, 다이얼을 돌릴라치면 '자르륵~'
하는 소리의 건강함과 되돌리는 반동이 감칠맛 있었다.
마치 30대 여인의 젖가슴같이 탄력이 있었다.
(3만 원을 주고 사 온 전화기를 知人이 보곤 '5,000원이면 사는 것'을 하고
웃었지만 내 맘에 들었으니 값이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었다.)
1544-1944 전화를 반납했다. 거의 반년 이상을 전혀 안 쓰고 있으면서 기본요금 40,320원씩을 꼬박꼬박 물고 있었다. 안 쓰니 요금도 미루게 되더라. 1588은 초기에 기본유지비가 12만 원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어떤 사업을 하게 되면 쓰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전화였다. 10년가량 쓴 것 같다. 011 번호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유지만 하고 있다. 전화를 두 대 유지한 것이 20년은 되는 것 같다. 집 전활 두 대를 유지한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요즈음처럼 핸드폰이 일반화 되어 있는 시절에 집 전화를 아예 안 쓰는 가정도 있던데, 8~10만 원을 쓰지도 않는 전화 요금으로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헛돈을 아끼면 다른 곳에 좀 더 낙낙하게 쓸 수 있을 것을, 애착이었는지 집착이었는지 모르겠다. 전화번호하고도 정이 들었나 보다. 그놈의 정(情) 무섭기도 하다.
전화가 6~8대가량 되었다. 그래서 통합하느라고 전국대표번호인 1544-1944를 쓰게 된 거다. 옛날에 쓰던 전화번호를 거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쓸데없는 것은 잘 기억하고 있다. 어려서 살던 집 주소는 물론 여러 번 이사했음에도 한 곳을 빼놓곤 주소가 다 기억이 난다. 그런 전화와 이별을 하는 과정에 전화국 직원이 주민등록의 발급일자를 불러 달란다.
"주민 번호가 아니고?" 반문을 하며 주민증을 꺼내 확인해 주곤 같이 딸려 나온 운전면허증을 무심코 들여다봤다.
'어~, 적성검사 기간이 2007. 02.24~05. 23일이었네' 혼잣소리가 나왔다.
'과태료 물게 생겼군.' 중얼거리며 다른 일을 했다. 두어 시간 지나서 책상 앞에 널브러져 있는 면허증을 들여다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곤 깜짝 놀랐다.
1종은 적성검사, 2종은 면허갱신기간입니다.
적성검사 및 면허증갱신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의무 불이행기간의 경과에 따라
1종 면허
-3개월 이하: 30,000원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40,000원
-6개월 초과 9개월 이하: 50,000원
-9개월 초과: 60,000원
적성검사 만료일 다음 날부터 1년경과 시는 면허취소
2종 면허
-3개월 이하: 20,000원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30,000원
-6개월 초과 9개월 이하: 40,000원
-9개월 초과: 50,000원
면허증갱신기간만료일 다음 날부터 1년경과 시 110일 면허정지
정지기간 만료 시까지도 미갱신 시 면허취소
이렇게 되어 있었다. 3년에 한 번 해야 할 때는 잊지 않고 있었는데 7년으로 길어지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가끔 교통 범칙금을 물 정도로 위반도 하고 그랬으면 혹 이런 황당한 일을 안 당했을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2~3년 동안 딱지를 끊은 기억이 없다. 당연하게 지갑에서 면허증을 꺼낼 일이 없었다. 법을 적당히 어겨가며 세금(범칙금)도 좀 냈으면 이런 낭패는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적성검사를 잊었다고 면허취소는 좀 과하지 않는가?
200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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