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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흐름(時流)

◆ 부국론(富國論) 03

8월부터 읽은 11권과 지금 보고 있는 3권의 책이 유감스럽게도 사회과학분야로 쏠림현상이 심하다.
아래 내용은 20년도 더된 1985년 이후에 故 이병철이 쓴 부국론(총 6회인데 다 옮겨 놀 생각이다.)인데
아담스미스의 국부론과 케인즈의 미녀투표보다 현재의 한국 경제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것 같아
직접 타이핑하였다. 보통사람의 시선을 가진 내가 20년도 더 된 시차와 재벌회장의 입장에서 기술한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곱씹어볼 내용이 꽤 된다.
제 3회-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2)

또 다른 문제로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정확한 경제계획을 세워 그 계획에 바탕을 둔 적절한 정책을 신념과 책임을 갖고 꾸준히 시행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1973년 오일쇼크 이후에 일본정부가 채택한 산업정책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과 많은 참고가 된다. 1980년 봄,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 이나바 히데조((稻葉秀三) 박사가 친절하게도 일부러 찾아와 일본의 경제정책에 관해 소상하게 설명해주며 한국의 경제발전 정책에도 크게 도움이 될 얘기를 했다. 그는 전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번영을 가져온 주요 경제정책의 기획과 입안에 시종 참여해온 사람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일쇼크를 계기로 일본정부는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듣고 '불황산업안정임시조치법'을 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동안 일본은 자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서도 이윤은 적은 제철, 조선, 석유화학, 알루미늄, 시멘트 등을 세계 시장에 마구 수출해 도처에서 무역 마찰을 일으켜 원성과 미움을 받았다. 일본은 새로 제정한 법에 따라 중후장대형 기간산업의 생산능력을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까지 올리는 한편 자원과 에너지는 적게 소비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경박단소형의 첨단기술산업을 적극 육성, 지원하는 산업구조의 개편을 단행했고 세제나 금융상으로도 특별 지원을 했다.
이어 제2차 오일쇼크가 닥치자 일본은 이번에는 '특정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을 제정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불리던 과거형 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대상기업의 3분의 1은 자율에 의해, 3분의 1은 정부와 업자의 타협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법률로 정리를 단행한 결과 그 효과는 실로 컸다. 1981년에 87억 달러, 그 이듬해부터 계속 무역흑자가 가속되었고, 1985년에는 560억 달러, 1986년에는 9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현재 일본 수출상품의 60퍼센트는 전자, 컴퓨터 등 첨단기술 제품인데 그중 60퍼센트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고부가가치의 정밀기기류가 점유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그 같은 경제산업정책을 펴나가면서 상대국과의 공존공영을 외면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해 세계경제와 큰 마찰을 빚은 것은 실책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일본은 이제 새로운 사태를 맞아 또 다시 '경제구조 개편안'을 만들어 외수의존형 경제체질을 내수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적극적인 산업 재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가경제상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확히 가려내어 필요한 부분에는 재정*세제상 과감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경제 산업정책의 적확성과 강력성이다.

 지난날, 우리나라의 경제산업정책은 어떠했는가. 한동안 대기업의 투자확장을 억제했던 정책은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 수출부진, 실업증대 등 경제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로 심가한 문제를 야기했었다. 그 후 세계적으로 경기가 호전되어 수출환경이 좋아져도 채산을 맞추어 수출할 물건이 없는 기이한 사태도 초래했다. 물론 투자정책에서는 투자의 효율성과 우선순위의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사치나 낭비를 조장하고,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하는 향락산업의 무절제한 확장은 비생산 분야로 자원을 유출시켜 생산력 강화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국민경제를 약체화시킨다. 정작 억제할 대상은 이러한 투자이다.
 산업구조의 건실화, 체질강화라는 관점에서도 첨단기술을 핵으로 하는 제조업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우리 국가경제에 큰 불안이 되고 있는 부실기업 문제도 결국은 정책의 적부에 귀착하고 만다. 만약 은행의 자율경영이 보장되어 기업경영방식에 의해 금융기관이 운영되었다면 부실대출이 오늘처럼 천문학적으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금융기관은 명실공히 민영화와 자율경영을 통해 완전무결한 책임경영의 체젤를 이루어가야 한다. 은행 경영의 내실화를 위한 또 하나의 요건으로는 주식 소유 비율을 제한하기보다는 대주주의 횡포를 규제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은행 경영은 철두철미 민간에 맡겨 창의성 있는 책임경영을 보장해주면서 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법률이나 규제로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은행을 지도하고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을 보아도, 가령 미쓰비시그룹의 은행 소유 비율은 24.91퍼센트나 되며, 스미토모그룹 역시 24.87퍼센트, 미쓰이그룹이 17.71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 은행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신용의 기반 위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금융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은행은 주식 소유율의 다과만을 가지고 경영의 옳고 그름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금융국인 스위스나 홍콩에서는 1,0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은행을 설립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불과 3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은행을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체제가 확립되어야 부실경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관공서의 인허가 제도를 비롯하여 모든 분야에 필요 없는 규제나 제한이 너무 많다. 학교 교육만 해도 지나친 과외를 제한하는 것은 좋으나 국제화 시대의 치열한 두뇌경쟁을 이겨내고 21세기에 도전하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좀더 효율적인 학습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도 받을 수 있는 천재나 영재가 여러 분야에서 육성될 것이다.
 한때는 주식회사 하나 설립하는 데 300여 종의 서류가 필요하고, 3년이라는 시일을 낭비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구미나 일본 등 선진제국에서는 인허가나 규제를 가능한 한 폐지, 또는 완화함으써 민간경제에 활력을 북돋우어 경제를 신장시키는 규제완화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기업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과 직결되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그 힘을 올바르게 발휘시키기 위해서는 절대로 정책의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출처: 이병철 경영대전 부록 언론기고문   작자:홍하상    출판사: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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