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일이다. 한 10년쯤 전의 일이다. 고개를 한 번 돌리면 뭐 눈 한 번 깜짝할 새이기도 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씩 지나는 것을 느끼니까. 창동에 샘표식품(이천으로 이전했다.) 뒷문 쪽을 지나고 있었던 중, 10살 안팎의 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왔다. 친구들과 놀이에 열중하다가 뒤에 쫓아오는 친구만 의식하곤 큰길로 냅다 튀어나온 것이다. 순간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아 아슬아슬하게 아이와 충돌하는 것을 면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욕이 나온 것이 아니라, 아이가 놀라지 않았는가에 더 신경이 쓰였었다. 분명히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었으면 야단 먼저 했을 터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아들과 딸이 꼭 그 나이였었다는 사실이다. 아들이 5학년 딸이 2학년이었다. 아들과 딸이 퍼뜩 생각나며, 막말을 씹어뱉을 수가 없었다. 어제, 장안동 경남호텔 뒷길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창동에서 보다 더 급박했었다. 아찔했다. 그런데 아무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냥, 입만 굳게 다물고 있었다. 아주, 잠깐. 앞에서 말한 일이 다시 떠올랐다. 학습효과였다. |
글: 매조지 그림: DB/ 엔터테인먼트/사진/블업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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