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3

 오늘은 엊그제 카메라로 말문을 튼 구＊회. 이 친구에 대해 말하련다.
(카메라) 오랜만에 전화했다. 20:07분이었다. 보통은 잊을만하면 친구가 전활 해서는 '연락 좀 하고 살아라!'라고 원망 아닌 원망을 하는데 오늘은 내가 선수를 쳤다. 집으로 전활 하려다 집 전화 국번이 낯설었다. 652국이었는데 2652국으로 핸폰에 저장된 거였다. 집으로 전화한 지가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방증이다. 어쩌다 하는 전화도 회사나 핸폰으로 했다는 말이겠다. 영 찌~~찌~글하고 알아들을 수가 없다.

'얀마, 니가 전화해. 알아먹을 수가 없구먼"
내 짜증에 간간이 들려오는 놈의 소린 이랬다.
"낚시가는 중이야. 지하 주차장이라 그래"
내가 말했다. '그럼, 니가 있다 전화해라"

근데, 이 자식. 아직도 전화 없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퇴색된 거다. 그래도 좋다. 그만큼 내가 필요 없어졌다는 거니까 상태가 좋다는 것 아니겠느냐. 주 5일 근무. 그것도 혼자 낚시하러 다니는 놈. 내가 그랬다.

   '얀마, 전화해서 같이 가지."
나 낚시 별 취미 없다. 친구들 쫓아 낚시간 것 3번도 안 된다. 지금 오란다. 낚시는 별로래도, 친구를 만나는 거라면 얼른 간다. 하지만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고 있었다.

   "됐다, 마, 소주 한잔 하고 있다."
그리고 한참을 잤는데 깨어보니 컴은 그냥 돌고 있고. 22:30 분쯤 됐었다.
이 친구에게 카메라에서 말했지만, 나와 동갑인 동생이 있다. 재수를 무려 7년을 한 놈이다. 결국엔 포기하고, H 은행에 입행 했다. 지금도 다니는지..? 물론 H 은행 어딘가에 합병된 지 오래다. 그때까지 장가를 안 갔었는데. 모르겠다. 이번에 물어봐야겠다.

 어느 해, 중곡동에서 '선물의 집과 D&P 점'을 할 때, 친구를 찾아갔더니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자들 집에 와 계셨는데, 형제간에 주먹다짐한 후였다. 할머님이 얼마나 속상해하시는지 보기에 딱했다. 먼저 말했듯 한 30년 전쯤엔 170이 넘어가면 큰 키였다. 형제들이 다 그 이상이었다. 나와 동갑인 동생 ＊회를 불러선 마구 야단을 했다. 난 형과 두 살 차이이고, 호적상으로 한 살 차이인데, 나와 동갑인 형 친구에게 깍듯이 존대를 한다. 왜냐하면, 형을 위하기 때문이고 세 살 차이인 동생도 내게 아직 깍듯하게 존대한다. 설사 나보다 어려도 형과 친구면 형님 대접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의식이다. 평소에 나와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이건 '예'도 아니고 '응'도 아니다. 불러 세워 따끔하게 야단을 했다. 내가 네 형과 친구지만. 나이가 같아서 아니꼬워서 형 대접 못 하겠으면 친구 하자고 그래라. 내 얼마든지 대접해 주마. 이게 뭐냐? '예'도 아니고, '응'도 아니고. 한국사회가 나이를 따지는 사회이고. 난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라 밖의 세상은 잘 모르지만, 외국이라고 사람 사는 곳인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밥숟갈 많은 것을 무조건 무시하리라고는 안 본다. 하기야, 물리적인 나이보다 사회적인 나이가 우선하는 것이 인간사회이고, 동물사회에서도 힘센 놈이 다수 암컷과 살아가는 데 유리한 많은 것을 누리는 경우가 더 많은 거긴 하다.

 어쨌든 그랬다. 형제간의 활극. 해 보고 싶었는데, 어려서 동생이 컴퍼스로 내 등을 찍은 이래 도대체 활극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아쉽다. 서운하다. 한 덩치 하는 동생과 장난이라도 할라치면 번쩍 안아 꼼짝 못하게 하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성질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때론 사나운 것도 덩치의 작용도 한몫했으리라. 살아남으려는 본능의 작용이기도 했으리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밟혀 지내기는 싫고 힘은 달리고,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네가 나를 떡을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나를 이길 수는 없다. 내 숨통을 끊어놓는다 해도.'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낼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싶다. 어쨌든 자식은 마누라 놔두고 밤낚시를 떠났다. 아직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친구 중의 하나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의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밤낚시에 꼭 동행하기를 원해 직장에 나가는 그녀가 힘들다고 한다. 내가 그녀에게 보낸 쪽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임은 신랑에게 볼모로 잡혀가는 것 같소. 낚시터에. 임이 좋아서 같이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건 고문이죠. 보통의 남자들은 마누라를 놓아두고 혼자 낚시만 즐기거나, 가서 헌팅을 하거나, 친구들하고 같이 가거나, 모임을 통해 가거나 하는데, 마누라를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 못 미더워 구속하는 거고, 자기만을 위해서라면 그건 당신의 응대에도 잘못이 있는 거겠지요." 예상대로 발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 내 생각이고 아마, 어느 정도는 정확한 분석일 거다. 이 글을 볼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선하다. 아마, 나와 단절할지도 모른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이니 만약에 그런다면, 그녀와 나와의 인연은 거기까지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이유를 스스로 자신에게 묻고 답을 구하는 것이겠다.

 이 자식, 낚시 다녀올 때까지 전화 한 통 안 하면 나쁜 새끼다. 낚시 다녀올 때까지 내가 전화 한 통 안 한다면 나도 나쁜 새끼 일터이다. 아마도, 우린 서로 나쁜 새끼로 남을 것 같다. 그런다고 친구가 어디 가겠느냐!! 

                                                                                                             2006. 09. 30

그림: 매조지 DB/ PD002 사람과 라이프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