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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티/은밀한 방

* 야근

삼일 째, 야근(夜勤)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야근(夜勤)이라기보단 야유(夜遊)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다.
야유(夜遊)는 문자 그대로 '밤에 놂'을 이름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주색에 빠져 방탕하게 노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내
가 총각 때 즐기던 것이기도 했었다. 그런 흥미있는 놀이도 아니고 별 볼 일 없는 놀이를 마치 일하듯이 (夜勤) 하며 삼일 밤을 새웠다. 대단하다. 대단하게 한심하고 대단하게 두심 했다.
실은 인생에서 한심한 요소를 빼면 얼마나 삭막한가?
 20년이 넘게 컴을 쓰면서도 '고스톱 한 번을 치지 않았다.'라고 먼저 말했었고 스스로 금기시하던 그걸 무시하고 (지난 12월인가, 1월인가?) 두어 번 해 보곤 그 소감을 썼던 기억이 있다.
삼일 밤을 인터넷 고스톱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잠시의 즐거움은 있었지만, 시간이 더 할수록 그건 놀이가 아니라 사역이고 고통이었다. 그런데도, 그걸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지난주 내내 심한 스트레스(스트레스라는 말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내가 의미(意味)를 상실하곤 남들 다 하는 짓도 해보며 살아보잔 생각을 했다. 의미를 잃는다는 것은 보람을 잃는다는 것이요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조금 있다 해도 '삶의 의미를 잃는다는 것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요 숨을 쉬고 있어도 살아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OECD 국가 중 (인구 비례해서) 자살자의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 표징 하는 바는 크다. 일반 대중의 삶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며 현재의 사회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사람들은 외부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딪혀 좌절하는 것이 큰 요인이겠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안으로부터 '스스로 무너질 때가' 생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잠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익히 아는 내가 결코 그런 무책임한 행위를 할 사람은 아니지만, 감정은 때론 끝 길 없이 내 달릴 때도 있다.

최진* 이란 거래처 사장이 있는데 여간해선 사생활을 내색하는 자가 아니다.
그런 그가 수 년전 내게 그런 이야길 했었다. 정말 극에 달해 죽으려고 작정하고 지하차도 위에서 달리는 차를 향해 (눈을 꼭 감고) 뛰어 내렸는데 달리는 화물차의 화물칸에 떨어져 목숨을 보전했단다.
놀란 기사에게 '누구 신세 망칠 일이 있느냐?'라는 원성과 함께 여러 차례 얻어터지곤 그 후로 죽을 생각은 안 했다며 '운명이란 것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라고 하던 기억이 났다.

 고스톱을 치니 좋은 것은 아무런 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다 지칠 정도로 놀이
겸 야근 겸 하고 나면 '기분이 더러운 것'이 뒤끝이었다.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다못해 컴에 이렇게 '쓰잘
없는' 낙서를 해도 그런 기분은 없는데, 도대체 뒤끝이 개운
치가 못하다. 노는 것은 엄청나게 좋아하면서도 주식
으로 돈을 잃으면 아깝지가 않은데 고스톱 같은 것으로 돈을 잃으
면 무지 아깝다. 이것도 병인가 보다.
분명한 것은 주식은 내 노력과 공부와 분석 등을 요구하는 각고의 노동이 수반되지만, 고스톱은 그런 점이 덜하
기 때
문인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시 프로그램 추가/삭제에서 고스톱 프로그램을 지우고 다른 놀이를 하고 있다.
쓸데없는
이 짓과 차트를 보는 일과 당장 쓸 일도 없지만 '파워포인트'인가 하는 것 따위를 동영상을 통한 공부
를 하는 것이 좀 더
재미있다.




그림:D/Data Craft/DC129 Landscapes under the great blue sky [창공아래의 풍경]


※ 돈이 그리운 사람은 들러 보세요 더블유 엔 더블유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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