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과정인 야간행군이 끝났다는 것을 다른 부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알았다.
입대하면서 찍은 사진이 육군본부 홈에 있는 것을 무심한 아빤 훈련이 끝날 때 즈음에서야 알고 COPY 했다. 사실은 그냥 무심한 것이 더 좋으리라.
신병 교육 마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대를 앞두고 있다.
11월 12일 제대인 아들이 10월27일
말년 휴가 나왔다가 11월 11일 귀대하여 다음날 제대란다.
그런데,
갑자기 영창을 가게 됐단다.
사연은 아래와 같다.
조금 전에 중대장과 통화를 끝냈다.
소대장과는 서너 번 전화를 주고받은 터였다.
아들에게서 "27일에 못 나갈 것 같아요." 하는 전화를 받은 것이 지난주였다.
이어서 하는 말이 "영창 갈 것 같다."였다. 화들짝 놀랐다. 병정놀이(?) 다 끝내놓고 영창살이라니!
놀랐지만, 아들이 잘못했으니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단체 생활 중에 얼토당토않은 일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는 법이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감수해야지 어떡하느냐?" 하고 넘어갔다.
지난 9월 다른 부대로 배속하여 근무하는데 규정에 의하면 15초 안에 착용해야 하는 방독면을 후임인 분대원들이 착용에 서툴러 독려하는 과정에 폭언이 있었다는 정도로 들은 것이 첫 번째 전언이었다. 유치원생이나 보이스카우트도 아니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잘못을 징계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라는 정도로 언급하고 말았는데 징계 위원회가 두어 차례 연기됐다고 하더니 며칠 만에 낮에 전화한 아들 말이 "동기인 부분대장은 폭행과 폭언으로 15일 영창이 확정됐고 자긴 보고 누락 탓에 10일 정도 영창 갈 것으로 논의되었는데 보름 나오는 말년 휴가가 일주일로 줄고 매듭지어졌다."라고 전했다.
"잘 됐구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되어 다시 하는 말이 연대에 입창 신체검사 받으러 곧 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너 시간 있다가 다시 전화했기에 꼬치꼬치 물었다. 징계 위원회에서 (2대2로 휴가 3일 제한과 휴가 5일 제한의 두 가지 안이 나왔고 이런 경우엔 작은 쪽을 따르게 되어 있는데, 중대장이 처벌이 약하다고 되돌려보내) 다시 징계 위원회에 회부 된다는 것이었다. 그게 두 번 같은 일이 되풀이 되었다는 것이며 낼 아침에 다시 논의한다는 거였다.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없는가 보다.
처음엔, 사회에 나와서도 빨간 줄이 가는지 알고 파르르 했다가 소대장과 통화를 하여 알아보니 사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단다. 열흘이든, 보름이든 그 기간만큼 군대생활이 연장되는 불이익이 있다는 소리에 설령, 억울함이 있다손 쳐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고 자세하게 살피지 않았었다. 자대 영창에 가는 것이 사회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으면 보름 정도 군 생활을 더 하는 불이익은 액땜한 셈 치고 기꺼이 감수하라고 아들에게 권하던 내가 발끈 한 것은 두 번의 논의를 거쳐 나온 결과를 중대장이 더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반려했다는 소리를 듣고서였다. 그렇다면, 징계 위원회를 열 필요가 무에 있는가? 중대장이 그냥 결정하면 될 일이지. 하는 의문에 아들에게 꼬치꼬치 묻고 소대장에게 전화를 다시 했다. 급기야, 중대장과 통화했다. 아들의 말과 소대장과 중대장의 말은 이렇다.
아들 :
배속 나가서 훈련 중에 15초 내에 착용해야 하는 방독면을 자기 분대원들은 1분 이상 걸려 일과 후에 2~30분 방독면 쓰는 것을 분대원에게 독려하는 중에 동기인 부분대장이 폭언과 함께 한차례 후임을 때렸단다. 아들은 "아 C~"하는 혼잣소리를 몇 번 했단다. 아들 말로는 지금 군대에선 후임이나 동료에게 욕은 물론 소리 질러도 안 되며, 17시 일과 끝나고는 보고 없이 따로 교육 등도 시키지 못한단다.
보고하지 않고 교육을 하고, 게다가 지휘권이 없는 동기인 부분대장이 하는 행위를 막지 않았고 보고를 하지 않아 결국 입창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동기가 8명인데 6명이 이미 영창에 다녀왔고, 병장쯤 되면 "피해당했다."라는 주장이 있으면 "가해자"가 된단다.
소대장 :
아들이 속한 **연대에서 얼마 전에 자살 사건이 있었고,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런 정도론 영창 운운하지 않았는데 '청정병영' 운동이 일고 있어 본보기로 걸린 것 같다. 평소에 아들이 착하고, 열심이어서 나름대로 구명 활동을 하고 있는 데 직속상관인 자기는 징계 위원회에 속할 수도 없고 하여 동료 소대장에게 따로 부탁은 해 뒀단다. 소대장에게 그랬다. 휴가 나왔을 때 한번 만났었고 전화 통화할 때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지휘 책임이라면 소대장이나 중대장에게도 있을 텐데 '분대장에게 지우는 책임을 징계 위원회에서 결
정된처벌이 가볍다며.' 캔슬을 놓는다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중대장에게 전화하고 싶은 데 해도 괜찮겠는가?"라고 물었다. "행여, 월권행위는 아니겠는가?"
"중대장에게 전화하는 것은 괜찮다. 좋은 일이다. 직접 통화해 보시라."라고 되레 권한다.
중대장에게 전화하여 신분을 밝히고는
"행여, 월권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머리를 꺼냈다.
"전화 잘하였다."라고 반겨(?) 주어 부담 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등잔 뒤가 밝은 법"이고, "범은 그려도 뼈는 못 그리는 법"이기에 내가 파악한 사실을 말하고 중대장이 살핀 사실을 주고받았다.
중대장 :
분대장의 권한이 예전보다 강화되어 분대장이 분대원을 휴가 보내거나, 영창에 보내라고 하면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데 지휘권한이 없는 부분대장이 일과 후에 따로 교육했고, 방독면을 쓰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 되는 규정을 위반했으며 폭언과 구타가 있었는데 분대장으로서 말리지 않고 보고를 하지 않고 일과 후에 교육한 잘못이 크기에 반려한 것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오 병장은 다른 소대장들에게도 예쁘게 보이고, 착실하여 징계 위원회에 참석한 소대장들이 정에 끌려 책임보다 가혹한 처벌을 못하기에 반려한 것이다. 부분대장이 평소에 후임들에게 조금 못되게 굴었던 것도 작용한 것 같다.
얼마 전에 연대에서 자살 사고가 있었고 자살 미수 사건도 두 건이나 있어 더욱 다잡게 되었다. 일과가 끝나고는 선. 후임 구분 없이 친구처럼 지내자는 운동이 청정병영 운동이다. 오 병장 건은 징계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다른 병사들에게 처벌이 약한 것을 보일 수 없어 고민 중에 내린 결론이다. 이해해 달라. 죄송하다.
내 말 중 일부:
아비로서,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런 전화를 하게 되어 모양이 안 좋다. 지휘 책임으로 따지면 소대장, 중대장 모두 있는 것인데 '중대장이 결정된 징계 수위를 반려하며 더 무거운 징계 하기를 강권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뜻에서 전화했지만, 월권이 될 수 있기도 한 내용을 말하게 되어 미안하다. 일정 부분은 단체생활에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고 아들에게도 일렀다.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낼 결과가 어떻든 아들도 승복할 것으로 믿는다. 어느 사회에나 그렇지만, 자기 주변의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그래도, 큰 대과 없이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걸 다행으로 알겠다.
★ 30년 전 우리 군대생활 할 때처럼 무지막지해선 안 되겠지만, 후임들을 독하거나, 지저분한 자들을 만나면 제대 앞두고 곤욕을 치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에 가까운 군대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군대 3년에 인생 60이(그때는 60이었다.) 압축되어 있다. "라는 것이었다.
"선임(고참)을 잘 모신 자는 자신이 고참(선임) 이 되었을 때 상응한 대접을 받고, 그렇지 못한 자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전우들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인정받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