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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지우(知己之友)

* 일본엄마

내일 산행을 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아침에 그리 바쁘지 않음에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있다.

그냥 내일, 닥치면 주섬주섬 담아 가면 된다는 심보다.


지난 5월에 중 3인 딸 아이가 학교에서 중국에를 3주 예정으로 다녀왔는데

그때도 딸 아이가 알아서 챙겨 갔다. 오늘 13:00쯤 학교에서 집으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오늘 밤에 하나라도 챙겨 놀지 말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고3인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일본에 2주 정도 보낸 적이 있다.

홈스테이하는 단체를 알게 되어 그리했던 것인데 말도 안 통하는 일본가정에 어린애를 보내려니 안심이 되지 않는 부분

도 있어서 한일사전을 찔러 넣어주며 그랬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사전을 찾아서 보여 주라고' 그런데,


이게 웬걸! 김포공항에 마중을 나갔는데 출구를 빠져나오면서 내지르는 첫마디가



 "아빠, 나 일본에서 살래요?"



그러더라. 여행과 그 지역에서 사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듯,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에서 보는 시각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손님으로 갔으니 얼마나 융성한 대접을 받았겠는가?



여기서도 못 가본 동경에 있는 디즈니랜드로 스키장으로, 고속철을 타고 종종걸음을 쳤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더구나,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 보고 그 해에 떠난 엄마의 정이 그리웠을 터인데 젊은 엄마가 얼마나 잘해 주었으면,


그 후 일본 이야길 하려면 (일본엄마)라 부르며 말을 잇곤 했었다. 아들이 축구광인데 그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일본을 응원하고 일본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6학년 때는 서점에서 일본어책을 스스로 사기도 했다.


평소에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자주 갔었긴 하지만 일본어책을 집어드는 것을 보고 내심 혼자 흐뭇해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인터넷 서점을 많이 이용하지만 2~3년 전만 해도 단골 서점이 있어서 꼭 아이들 손을 잡고 다녔었다.


값은 조금 더 해도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책을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란 말을 익히 알고 있기에,

아쉬웠던 것은 답방하는 일본 아이를(혼자였기 때문에)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비의 게으름으로 그쪽 가정과 연락이 끊겨 있다.

일본어 2급 자격시험을 접수하는 아들을 보면서

 "3급도 안 치르고 네가 실력이 되냐?"라고 짐짓 야코(기)를 죽이면서도 그냥 보기는 좋다.

 

대학도 일본으로 가겠다고 고1 때부터 조르고 2학년 때는

혼자 배낭여행을 일본으로 가겠다고 하여 JR 패스권부터 일본에 관한 정보를 같이 알아보고

일본에서 오래 있다 온 친구를 통해 동경에서 민박 집을 운영하는 친구의 친구와 전화까지 하며

진행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던 자금마저 그 사이에 (주식으로) 녹아내려

결국 보내지 못했었다. 이제, 많이 커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보며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론 남은 삶이 (이렇게) 줄어드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예전처럼 진한 사랑 한 번 해야겠는데 할 일이 너무 많구나!

이제, 출근해야겠다.





D:\Data Craft\DC051 Dyeing [일본전통염색]

200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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